건강검진으로 발견된 지방간…고위험군도 정밀검사 외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전 06:0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국내 지방간 환자 상당수가 건강검진을 통해 질환을 발견하고도 정작 치료나 정밀검사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경변 등 중증 간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핵심 검사인 ‘간 섬유화 검사’ 시행률이 고위험군에서도 낮아 지방간 사후관리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료=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지방간 환자의 진단 이후 관리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Liver International’에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학교 전대원 교수팀이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오주현 분당차병원 교수,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국내 성인 1만 2946명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웹 기반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지방간 질환(Steatotic Liver Disease·SLD)이 있다고 응답한 3064명(23.7%) 중 연령과 성별 등을 고려해 최종 1000명을 선정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전체 지방간 환자의 79.9%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지방간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은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정기 검진이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지방간 진단 이후 실제 의료기관을 방문해 후속 진료를 받은 비율은 57.7%에 그쳤다. 반면 42.3%는 진단 이후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지방간이 심각한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고 믿어서”(23.9%), “의료진으로부터 추가 검사나 사후 관리 권고를 받지 못해서”(23.9%)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지방간을 단순 질환으로 여기고 대사 이상이나 심혈관질환 위험 신호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방간 관리의 핵심 검사로 꼽히는 간 섬유화 검사를 받은 비율은 후속 진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14.9%에 불과했다. 간 섬유화 검사는 간 손상으로 인해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진행 정도를 평가해 간질환 악화 위험을 예측하는 검사다. 당뇨병, 비만, 반복적인 간수치 상승, 심장대사 위험 요인 등으로 정밀관리가 권고되는 고위험군에서도 검사 시행률은 12.1%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지방간은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환자는 이미 간 섬유화 위험이 높은 상태일 수 있다”며 “단순 발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추가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실제 검사와 관리로 이어지게 하는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 섬유화 검사를 통해 간경변 전 단계로 진단될 경우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7~10% 수준의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간 섬유화 검사를 통해 질환 진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원호 질병청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고위험군조차 간 섬유화 검사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사망률 감소를 위해 체계적인 관리 경로 개선 등 의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이행연구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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