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원 로고 © 뉴스1 김태성 기자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가 억울한 옥살이를 살았던 대학생들이 최근 재심에서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과거사 재심에 소극적이던 태도를 바꿔 '적극 청구'에 나서고 있는 점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법무부도 늘어난 재심 청구로 올해 국가배상금 예산이 상반기 만에 조기 소진되자, 예비비 2457억 원을 수혈하며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전두환 헌정파괴 반대 집회는 정당행위"…잇단 무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윤영수 판사는 지난달 15일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강 모 씨, 전 모 씨, 남 모 씨, 이 모 씨 4명이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공시했다.
강 씨 등은 고려대 재학생 시절이었던 1981년 5월 교내에서 전두환 정권의 독재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살포하고 불법 집회·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1년이 확정됐다.
강 씨 등은 고려대 교내에서 '피의 5월을 상기하자', '파쇼타도 민중해방', '전두환 물러가라', '민주농정 실시하라' 등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1000명에게 배포하고, 스크럼을 짜 '고대응원가' 등을 부르며 전두환 신군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1심은 강 씨에게 징역 1년, 나머지 전 씨 등에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고, 2심이 항소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강 씨 등은 44년이 흐른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올해 1월 재심 개시를 결정,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비슷한 사건의 재심을 잇달아 열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살았던 국민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정아영 판사는 지난 14일 계엄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1980년 9월 '팟쇼(파쇼) 전두환을 타도하자'는 내용의 유인물 150매를 제작하고, 이듬해인 1981년 4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년을 맞아 전두환 정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교내시위를 할 것을 동료 학생들과 결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
두 사건 재심 재판부는 강 씨 등과 A 씨의 행위를 '헌정질서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보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이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의 지휘권을 장악하면서부터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선포를 비롯해 1981년 1월24일 비상계엄 해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위는 군형법상 반란죄,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행위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79년 12·12와 1980년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 개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7 © 뉴스1 이호윤 기자
檢 "과거사 재심 적극 나서겠다"…국가배상금 예산, 5달 만에 동났다
검찰은 최근 과거사 재심 청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심 청구 당사자나 유족에게 확정판결에 준하는 '깐깐한 재심 청구 사유'를 요구했던 기존 태도를 180도 바꿔, 검찰이 직접 과거 잘못된 수사나 판결상 오류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희생자의 피해와 명예 회복을 돕겠다는 것이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지난달 27일 브리핑을 열고 "검찰은 그동안 청구인의 신청에 따른 재심 사건에서 '법적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뒀지만 '실질적 정의 실현'이라는 재심제도의 또 다른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향후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을 전향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에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연간 건수는 2023년 23건에서 지난해 137건, 재심 청구 사례는 23건에서 49건으로 각각 6배, 2배씩 늘었다. 검찰은 최근 3년간 접수된 청구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 개시 의견을 내고, 재심 개시 사건 107건 중 58.8%인 63건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구형했다.
검찰이 과거사 재심 청구에 적극 나서면서 올해 편성됐던 국가배상금 예산은 상반기 만에 전량 소진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배상금 지급을 위한 예비비 2457억 원 지출안을 의결, 추가 재원을 확보한 상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가배상금 지급은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책무"라며 "국가배상금 지급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