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아파트는 고대 로마와 이집트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발달했던 주거 양식이다. 옛날에는 맨 아래층이 상업 시설이고 위층이 주거시설인 형태의 아파트가 주로 지어졌다. 고대 로마의 경우 6~7층을 넘어서 무려 10층까지가 건축됐는데 계단이 200개 있는 아파트도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 형태의 주거용 건물은 산업혁명 시기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많은 수의 노동자가 도시 한가운데나 주변에 집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 시기의 아파트는 열악한 거주 시설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파리와 빈에서 고급 아파트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아파트는 지속해서 확산돼서 19세기부터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던 영국에서는 런던의 주거시설 절반이 아파트 형태가 됐다. 고층아파트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아파트 건설은 1964년 1월에 준공됐던 마포아파트와 1967년의 세운상가아파트, 1971년의 여의도시범아파트에서 시작됐다. 1975년 4월에 착공했던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서민용 아파트로 계획됐는데 분양에 어려움을 겪은 후에 고급 아파트로 전환했다. 그때는 서울 강남지역이 개발되지 않은 때였고 더구나 주거지역으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았다. 강남 개발과 함께 압구정 현대가 위치는 물론이고 브랜드파워로 가장 인기 있는 거주지가 됐다. 로데오거리도 생겨났다.
1982년에는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가요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단조에 내용도 우울한 이 노래는 기이하게도 야구 경기에서 응원가로 자리 잡았다. KBO리그의 모든 구단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응원가로 아직도 사용된다. 가사보다는 리듬과 멜로디 때문인 것 같다. 10개 구단 중에서 6개 구단 모기업이 아파트 시공사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DB) © 뉴스1 이재명 기자
압구정 현대가 서 있는 지역은 원래 공유수면이었다. 현대건설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사용할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매립한 땅이다. 현대건설은 공사대금의 일부로 이 땅을 받았는데 이 땅은 1968~1970년에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1969년에 오늘날의 한남대교인 제3한강교가 놓이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바로 요즘 같은 인기 지역, 인기 아파트가 된 것은 아니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어느 지방 도시의 변두리에 세워진 썰렁한 단지 같이 보인다. 서울 도심의 인구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부단히 강남지역을 띄우고 개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1980년 말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서울의 주거 양식은 큰 전환을 맞는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14개 도시에 광대한 택지가 공급되면서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현대건설은 46개 동 2200세대의 송파구 가락동 아파트를 건설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200만 호 주택건설계획이 나왔다. 현대건설은 1980년대 10년 동안 8만 2600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아파트의 개념을 단순한 효율적 주거시설에서 문화가 있는 생활공간으로 바꾼 것도 현대였다.
2000년대에 들면서 아파트 건축은 공급 포화와 치열한 경쟁의 문제를 안게 된다. 이른바 '브랜드 전쟁'이 시작된 배경이다. 현대는 '현대홈타운'을 론칭했다. 그러나 회사가 2000년에 부도를 내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진전이 더뎌졌다. 2006년에야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그해 9월에 서울숲 '힐스테이트'가 탄생했고, 성공적이었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친환경과 저에너지에 초점을 둔 반포 힐스테이트, 혁신적 아트컬러의 김포 고촌 힐스테이트, 2603세대의 자연 에너지 놀이터 강서 힐스테이트, 해운대 힐스테이트가 뒤따랐다. 또 2015년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THE H'를 론칭했다. 삼호가든 3차,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에 적용되었다.
서울의 주택 수는 2026년 초 기준 약 315만호인데 아파트 세대는 약 188만이어서 주택의 약 60%가 아파트다. 노원구가 87%, 강남구가 75%로 가장 아파트 비율이 높다.
주거 형식으로 아파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라는 한국이다. 좁은 국토 면적에 도시인구 비율이 높은데 나라가 고도로 산업화하여서다. 다음이 싱가포르이고 중국과 일본 순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국민 대다수인 거의 80%가 HDB(정부 공공주택기관) 아파트에 산다. 싱가포르의 아파트는 공공주택이지만 계획과 관리 수준이 매우 높은 표준 주거용 건물이다.
땅이 크고 넉넉한 미국은 아파트의 나라는 아니지만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 중심부나 마이애미 같은 부유층 은퇴지에 고급·호화 아파트가 많다. 특히 뉴욕 맨해튼에는 '빌리어내어 로'라고 불리는 지역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472미터, 98층 아파트 건물이 있다. 뉴욕에는 그 건물 포함 세계 3대 최고층 아파트가 있고, 세계 10대 중 5채의 아파트는 두바이에 있다. '타워링'(1974)이라는 옛날 영화는 초고층 아파트의 화재 위험이 소재인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위험은 하지만 전망이 좋고 조용하며 보안이 확실한 고층건물을 좋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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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단점 중 하나는 사회적 이슈인 층간소음이다. 국민의 거의 절반이 아파트에 사는 시대에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심이 없다. 2004년 신축 공동주택 바닥 슬래브 두께를 210㎜로 규제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70% 이상이라고 한다. 즉 국민의 40% 정도가 잠재적으로 층간소음 문제에 연루된다.
층간소음에 관한 신문기사와 댓글에 등장하는 고충 호소, 분쟁 사례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는 완전히 황폐해졌고 기본적인 예의나 이웃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인성이 바닥인 사람들로 꽉 찬 사회다. "해결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기사나 댓글을 보면 수많은 사람이 갖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런데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해법은 건설회사들이 사회적 책임 이행의 하나로 법정 요건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시공하는 것이다. 건축법이 이에 도움을 줘도 좋겠다. 이익 때문에 이 문제를 소홀히 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금부터라도 이행해야 한다. 글로벌 첨단기술의 한국 기업들이 마음먹으면 이 문제를 해결 못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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