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다니는데 서소문고가 24시간 철거 요청…안전불감증 논란 자초한 서울시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8일, 오전 11:40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서울시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6.5.27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시가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철거 작업시간 제한으로 공정이 지연되고 있었다는 설명을 내놓자 안전불감증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도 아래 철도 운행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에 작업하는 게 기본 안전조치인데 "철거를 빨리 끝냈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해명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사고 5분 전 KTX가 고가차도 붕괴 지점을 지났고 무궁화호가 통과한 지 1분 만에 상판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 만큼 서울시의 안전관리 인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지연 내부 판단…24시간 했다면 한 달 안에 끝나"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서소문고가 철도횡단구간(S9) 철거 작업을 오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제한된 시간에만 진행하면서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철도 구간 공사가 3월부터 약 3개월째 진행되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봤다"며 "이 구간 철거도 24시간 작업을 했다면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기준 전체 공정률은 88.9%였다. 사고가 난 철도횡단구간 철거만 마치면 고가 철거 공정률이 100%에 도달해 사실상 공사가 마무리되는 상황이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코레일에 24시간 철거작업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서울시는 사고 후 첫 공식 브리핑에서도 작업시간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강조했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 달 중 실제 작업이 가능한 날은 17~18일 정도만 받았다"며 "철도 운행 중에 철거 작업을 못하도록 철도공단 제약이 주어져 야간에 3시간 정도밖에 공사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했다.

3시간 제한 탓한 서울시…코레일 "애초 합의한 안전조치"
이같은 해명은 철도운행과 상관없이 24시간 철거 작업으로 공정을 빨리 끝냈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부정하고 "철거가 빨리 끝났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코레일 역시 공사 발주기관인 서울시가 해당 지점 주간 교통량이 집중되는 점과 열차·차량 운행 구간에서 진행되는 철거 작업 위험성을 감안해 작업계획 수립 검토 단계부터 야간 차단작업으로 계획을 세웠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로 열차 운행 중지 시간에 철거작업을 허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거가 지연된 배경으로 작업 시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을 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12시간 교통통제 없었다…사고 5분 전 KTX 통과
사고 경위를 살펴봐도 서울시 설명에 의구심이 남는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건널목은 평일 기준 총 346개, 주말 기준 총 319개의 고속열차·일반열차·화물열차·전동열차가 통과하는 핵심 구간이다.

다행히 상판 처짐 확인은 작업이 허가된 당일 새벽 이뤄졌다. 안전조치가 의도한대로 철도가 운행하지 않은 시간에 사고 발생 위험이 발견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서울시는 상판 처짐 확인 후 약 12시간 동안 철도와 하부 도로 전면 통제를 진행하지 않았다. 작업 시간을 제한한 안전조치를 무력화한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사고 직전까지 열차가 고가 하부를 통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5분 전 KTX가 사고 지점을 지났고 무궁화호가 통과한 지 1분 만에 고가 상판이 무너졌다.

서울시는 "교통통제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점검 중 사고가 났다"는 입장이다.사고 당일 오전 1시 30분 고가차도 상판인 슬라브 절단 작업을 시작한 뒤 약 1시간 만인 오전 2시 30분쯤 G15번과 G14번 거더 사이 중간지점에서 29㎜ 처짐이 발생했다. 처짐을 인지한 책임감리는 즉시 공사 중지를 명령했고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해 절단된 슬라브 사이를 강판으로 체결하는 플레이트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오전 7시 30분 현장 관계자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유선 보고했고 오전 9시 30분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등이 서울시에 대면 보고했다.

오전 10시 50분 감리단장·현장소장·정밀진단업체·구조분야 비상주 감리가 대책회의와 현장점검을 진행했고 오후 1시 40분 서울시와 안전진단전문가·외부전문가·현장 관계자 등 9명이 합동 안전진단에 나섰다. 사고는 이 진단 과정에서 발생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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