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 심장이식 환자의 삶과 투병: 기적 뒤에 숨겨진 현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31일, 오전 12:03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 2년 전 여름이었다. 응급실로 한 환자가 심정지 상태로 실려 왔다. 그는 이미 20여 년 전,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큰 심장수술을 한 차례 받았던 분이었다. 심폐소생술 끝에 자발순환이 돌아왔고, 중환자실 치료를 마친 뒤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 환자를 만났다.

몸무게 90kg의 건장한 체격.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도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달랐다. 심박출률은 15%에 불과했고, 전반적인 심장 기능은 심하게 저하되어 있었다. 다리 부종도 심했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였지만, 그의 심장은 이미 오래 버텨 온 끝에 거의 마지막 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심장이식이 필요합니다.”

심장이식의 필요성, 수술 과정, 이식 전 필요한 검사들, 그리고 앞으로 마주해야 할 위험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놀랄 만큼 담담했다.

“20년 전 관상동맥우회술도 받으셨고, 이번에 이식까지 하게 되면 가슴을 여는 수술만 두 번째입니다. 많이 걱정되시지 않으세요?”

환자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한 번 해봐서 더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 심장수술의 위험성을 설명하던 나를, 환자가 오히려 다독여 주고 있었다.

그 무덤덤하고 단단한 성격 때문이었을까. 환자와 가까워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는 쉽게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힘들다는 말도 잘 하지 않았다. 묵묵히 견디고, 웃음으로 대답하고,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고, 환자는 심장이식을 받았다. 다리 혈관과 뇌혈관을 포함해 전반적인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나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당부했다. 금주와 금연은 물론,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체중 감량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이번에도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채 퇴원했다. 이후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직장으로 돌아갔고, 병원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 꼭 들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안도했다. 아, 저분이 다시 살아가고 있구나. 이식이라는 큰 산을 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구나.

심장이식은 의학적으로는 치료이지만, 환자에게는 삶 전체가 다시 시작되는 일이다. 우리는 수술의 성공 여부, 거부반응, 감염, 면역억제제 농도, 이식심장 관상동맥병증, 신장 기능 같은 것들을 끝없이 확인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수치와 검사 결과 너머에는 결국 한 사람이 있다.

다시 출근하고, 가족을 만나고, 병원에 들러 웃으며 음료수를 건네는 한 사람의 삶이 있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외래에서 다시 만난 환자는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운동 열심히 해서 살 뺐어요.”

환자는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단순한 체중 감량처럼 보이지 않았다. 워낙 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았던 분이라 정밀 검사를 위해 입원했고, 조직검사와 함께 흉부 CT를 시행했다.

그런데 우리가 걱정했던 혈관이 아니라, 폐 주변 림프절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폐 안쪽 림프절이 커져 있었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폐 편평세포암. 폐암이었다.

병실 안쪽,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창가에 그가 서 있었다. 언제나 다부지고 건장했던 그의 뒷모습은 그날따라 너무 작아 보였다.

늘 담담했던 환자는 우리를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가세요. 갑자기 눈물이 나네. 우는 모습 보여주기 싫어요. 우리 어머니가 나한테 물려준 거예요. 어머니도 폐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이식코디네이터도 그의 곁에 조용히 서 있었다.

심장이식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수술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한 사람의 삶을 함께 따라가는 일이다. 우리는 그의 이식 전 불안, 수술 후 회복, 퇴원 후 일상, 그리고 다시 찾아온 병까지 함께 지나왔다. 그래서 그날의 눈물은 단지 폐암 진단을 들은 한 환자의 눈물이 아니었다. 어렵게 얻은 새 심장으로 다시 살아가던 한 사람이, 또 다른 병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치료 계획을 설명해야 했지만, 그 순간에는 어떤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울음을 함께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또 이겨낼 수 있어요. 요즘엔 이것도 치료하면 된다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나는 목이 메어 몇 번이나 헛기침을 했다. 코디네이터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는 우리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정작 가장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환자 자신이었는데도.

환자는 예상보다 더 씩씩하게 치료를 견뎠다. 10차례가 넘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묵묵히 받아냈다. 그해 가을은 암과의 싸움으로 빠르게 지나갔고, 힘든 겨울도 무사히 넘긴 그는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이제 정말 끝난 줄 알았다.

이식도 견뎠고, 폐암 치료도 견뎠으니, 이제는 조금 편안한 시간이 그에게 주어지기를 바랐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삶이 그에게 조금 너그러워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이 환자에게, 세상은 또 한 번 가혹했다. 얼굴과 팔, 다리, 배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

“너무 숨이 차서 화장실도 못 가겠어요.”

그렇게 환자의 입원 생활은 다시 시작됐다.

심장이식, 수차례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그 모든 싸움 끝에 환자에게 남은 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희망찬 새 삶만은 아니었다.

진단은 방사선치료 후 발생한 수축성 심낭염이었다. 방사선치료로 인해 심장을 둘러싼 심낭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심장을 조여 오고 있었다. 심장은 충분히 늘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 심부전이 다시 악화됐다. 심장이 온몸에서 돌아오는 혈액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자 손발과 얼굴, 복부가 붓고 호흡곤란이 심해졌다.

치료를 위해서는 심장을 조이는 심낭을 제거하는 심낭절제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심장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수술 부위의 유착은 심했고, 방사선치료로 주변 조직은 약해져 있었다. 수술 중 대량출혈, 주요 장기 손상, 수술 후 사망 가능성까지 모두 높은 상황이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영상의학과를 비롯한 여러 전문의들이 함께 논의했다. 그러나 경험 많은 의료진에게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의학적으로 가능한 치료와, 실제로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치료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다. 우리는 그 간극 앞에서 수없이 고민한다.

나는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 현재 상황과 가능한 선택지를 솔직하게 설명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환자가 조용히 말했다.

“저 그 수술은 안 받을래요.”

그 말은 포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는 이미 충분히 싸웠다. 심정지에서 돌아왔고, 이식을 받았고, 암 치료를 견뎠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남은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보낼지 스스로 선택하고 있었다.

환자는 그렇게 퇴원했다.

앞으로 호흡곤란으로 입퇴원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 언제든 급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다시 심정지가 오더라도 심폐소생술이 의미 없을 수 있다는 것까지 충분히 설명했다. 환자와 가족들은 그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나는 심장이식 환자들을 보며 자주 생각한다.

우리는 때때로 기적을 만든다. 멈추어 가던 심장이 다시 뛰게 하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보이던 환자에게 새로운 심장을 연결한다. 누군가는 중환자실을 지나 병실로 오고, 병실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의사로서 가장 벅찬 경험 중 하나다.

하지만 기적은 삶 전체를 보장하지 않는다. 어렵게, 정말 어렵게 심장이식을 받고 살아난 환자가 있었다. 모두가 안도했고, 나 역시 그 환자가 이제는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환자는 이식 후 2년 만에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심장이 멈출까 봐 밤새 지켜보던 시간들, 수술을 기다리던 긴장, 이식 후 거부반응을 걱정하던 날들, 감염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어렵게 붙잡은 생명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허무했다.

삶은 때때로 잔인할 만큼 아이러니하다. 어떤 환자는 심장을 얻고도 암과 싸워야 하고, 어떤 환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우리는 의학으로 많은 것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치료하려 하지만, 삶의 모든 방향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심장이식 환자를 볼 때마다 생존율이라는 숫자 너머를 보려고 한다. 이식 후 몇 년을 살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병원을 나서서 다시 가족과 밥을 먹는 시간, 직장에 돌아가는 시간,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시간, 병원에 들러 간식 하나를 건네는 시간. 어쩌면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지 심장 기능이 아니라, 그런 평범한 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적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기적 이후에도 삶은 끝까지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환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낸다.

◇ 이식 후 암 발생 위험

심장이식 후 장기 생존자가 늘어나면서, 이식 후 암 발생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암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기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길 수 있다.

첫째,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면역억제제는 이식 심장의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이 비정상 세포를 감시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일부 약화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과거 흡연력 역시 중요한 위험인자다. 특히 관상동맥질환이나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들 중에는 과거 흡연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흡연은 폐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이며, 특히 폐 편평세포암과 관련이 깊다.

셋째, 고령화도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암 발생 위험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여기에 환경 노출, 만성 염증, 기존 폐질환 등이 더해지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넷째, 반복되는 폐 손상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반복되는 폐렴, 만성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만성 폐질환은 폐암 발생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이식 후에는 거부반응과 감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 생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암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폐 편평세포암이란?

폐 편평세포암은 비소세포폐암의 한 종류이다. 주로 기관지 중심부나 폐문 주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기침, 객혈, 반복되는 폐렴 등의 증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림프절 전이가 동반될 수 있으며,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초기에는 폐엽절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국소 진행성으로 발견되는 경우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함께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이식 환자에서 폐암 치료는 훨씬 더 복잡하다. 이식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고, 항암제의 독성, 방사선치료가 심장과 주변 조직에 미치는 영향, 이식 심장 기능, 거부반응 가능성 등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종양내과, 이식 심장팀,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의 긴밀한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 방사선치료 후 수축성 심낭염이 심장 기능에 미치는 영향

수축성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이 두꺼워지고 섬유화되거나 석회화되면서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핵심은 심장이 “피를 짜내지 못하는 것”이라기보다, 심장이 충분히 늘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심장은 이완기에 충분히 늘어나 혈액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심낭이 단단하게 조여 오면 심장은 몸에서 돌아오는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결과 겉으로 보기에는 좌심실 수축기능이 비교적 유지되어 보여도, 실제로는 심부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맥계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얼굴 부종, 하지 부종, 복수, 간비대, 체중 증가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숨참, 피로감, 운동능력 저하가 동반된다.

심초음파에서는 심실 중격이 흔들리는 소견, 즉 septal bouncing motion이 보일 수 있다. 또한 호흡에 따른 승모판 및 삼첨판 유입 속도의 변화, 하대정맥 확장과 흡기 시 허탈 감소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방사선치료와 관련된 수축성 심낭염은 단순히 심낭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방사선은 심낭뿐 아니라 심근 섬유화, 관상동맥질환, 판막질환 등 심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단순 부종이나 일반적인 심부전 악화로만 보지 않고, 방사선치료 병력과 심낭 질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근본적인 치료는 심낭절제술이다. 그러나 반복된 심장수술, 심한 유착, 방사선치료 후 조직 약화가 있는 환자에서는 수술 위험이 매우 높다. 수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반복적인 입퇴원, 간기능 저하, 신기능 저하, 심한 호흡곤란, 급사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결국 이 환자의 경우에도 문제는 단순히 “수술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었다. 수술이 의학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 위험을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치료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더 낫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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