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관계자는 물론 이 부처와 조금이라도 일을 해본 사람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성평등부는 직접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거나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부처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신 정부 정책이 특정 성별이나 세대, 계층을 소외시키지 않는지 살펴보고, 미처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을 의제로 끌어올리는 게 부처의 존재 이유다.
실제로 남성이 정신건강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특성을 고려해 조선소와 예비군훈련소 등에 마음안심버스 운영을 권고한 부처도 성평등부였다. 난임 정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치료 부담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이러한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무회의는 성평등부의 존재 이유가 가장 잘 드러나야 하는 공간이다. 다른 부처의 정책이 놓치는 사각지대를 발굴해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야 해서다.
하지만 원민경 장관은 비행청소년 문제나 월경권 보장 같은 현안을 선제적으로 국무회의 안건에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 결과 촉법소년 연령 논의와 무상생리대 지원 같은 굵직한 정책이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추진됐다.
지난 15일 광주 여고생 흉기 피살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국민생명중심 경찰활동 집중추진 TF’는 성평등부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일지도 모른다. 여성청소년이 희생된 사건으로 여성 안전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어디에도 ‘여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성평등부가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평등부가 타 부처의 비난을 받더라도 좀 더 허슬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성평등부는 원래부터 환영받기 어려운 부처다. 누군가가 불편해할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해서다. 비난받을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소외된 이들의 문제를 대변하는 것이야말로 성평등부의 책무다. 지금 원 장관에게 필요한 것도 그 역할을 자임하는 용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