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돌려막다 무너지는 청년들…개인회생은 끝 아닌 재기의 시작"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01일, 오전 06:1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한 곳에서 크게 빌리는 것이 아니라 카드론·현금서비스·비은행권 소액 대출이 여러 건으로 쪼개져 있고 여기에 코인·주식 투자 손실, 전세사기 같은 피해형 채무가 겹치는 사례도 늘어나는 등 최근 채무 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갚을 수 있는 소득이 있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소득이 있으면 ‘개인회생’, 소득이 없거나 변제 자체가 불가능하면 ‘개인파산’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진=블루법률사무소)
0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개인회생·파산 전문 이정원(변호사시험 7회) 블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최근 청년 채무 추세를 이같이 설명하며, 절망감에 휩싸이기 앞서 현명한 대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 대표는 “‘한 번의 큰 실패’가 아니라 ‘여러 빚을 돌려막다 서서히 무너진’ 사례들이 늘어났다”며 “예전에는 ‘사업 실패’가 빚의 주된 이유였다면, 요즘은 ‘생활비 부족’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조사에 따르면 개인회생 청년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간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호사는 “상담실에서 만나는 청년들이 빚 자체보다 수치심과 고립감, ‘내 인생은 끝났다’는 절망감에 더 짓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 채무자에게는 개인회생이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길게 남아 있어 변제 능력을 인정받기 쉽고 채무의 상당 부분을 탕감받으면서도 직업과 자산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기 이후를 생각하면 회생 이력 쪽이 부담이 덜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소득이 끊겨 있고 회생 변제계획 자체를 짤 수 없는 상황이라면 청년이라도 파산으로 면책을 받아 빠르게 출발선을 다시 잡는 게 맞다”며 “나이만으로 정하지 않고 반드시 소득·재산·채무를 함께 진단해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청 전 대응도 중요하다. 월 원리금이 소득의 30~40%를 넘거나, 생활비를 카드 할부나 현금서비스로 충당하고 있거나, 아무리 갚아도 원금이 줄어드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면 즉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더 망가뜨린 다음에 정리하는 것’보다 ‘덜 망가졌을 때 정리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다”며 “인가를 받은 후에도 중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중도 탈락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대응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한 푼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금액을 약속했다가 실직이나 소득감소 같은 충격에 버티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정원 블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블루법률사무소)
그는 “변제계획은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짜야 한다”며 “약간의 여유와 비상금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이어야 3~5년을 완주할 수 있고 소득이 줄거나 사정이 바뀌면 ‘버티다 포기’하지 말고 즉시 법원에 변제계획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변제기간을 늘리거나 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잔여 채무를 면제받는 길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채무는 인격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회생과 파산은 처벌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라고 만들어 둔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움은 끝이 아니라 지나가는 한 구간이며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라며 “빚이 한계에 다다른 다음 정리하는 것보다 청년이 더 일찍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 제도가 풀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숙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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