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폴란드와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사법권 독립이 훼손된 것으로 꼽히는 다수의 국가에서 사법제도 개편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개적 토론 없이 신속하게 추진됐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의 이혜림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각국의 사법권 독립 침해에 관한 연구-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멕시코 '징계법원'·베네수엘라 '판사 개인에 법적 책임'…사법부 위축 효과
보고서에서 이 연구위원은 사법권 독립이 각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침해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등은 무엇인지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는 2017년 1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사법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폴란드 정부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사회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사법 구조의 청산을 개혁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2017년 12월 폴란드 대법원은 일반법원 또는 군사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예외적으로 다툴 수 있는 비상상고(extraordinaty complaint) 제도를 신설했다. 이는 △판결이 헌법 원칙, 인권, 시민의 권리·자유를 침해한 경우 △법률의 잘못된 해석 또는 적용으로 판결에 현저한 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 △법원이 인정한 주요 사실과 증거 사이 명백한 모순이 존재하고 해당 판결이 다른 불복 절차를 통해 취소·변경될 수 없는 경우에 제기할 수 있다.
멕시코의 경우 2024년 개정 헌법을 통해 판사의 선출 방식을 임명제에서 국민 직선제로 전환했고, 징계법원을 신설했다.
보고서에서 이 연구위원은 "국민 직선제에 대해선 정권이나 여론에 우호적인 후보자가 선출될 가능성이 커져 사법부가 권력분립의 핵심 요소인 견제와 균형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사법위원회를 폐지하고 법관 징계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적에 설립된 징계법원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사법부 독립성 약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회피하거나 문자적, 형식적 법 해석에 치중하도록 하는 위축효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1999년 12월 볼리바르 헌법의 시행으로 재판 지연과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판사 개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다.
이 밖에도 사전 통지·심문·방어권 보장 없이 정부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가 해임됐으며 해임된 판사들의 자리는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 판사들로 충원됐다.
형식적으론 '민주적 절차', 실질적으로는 '사법기관 통제 강화'
이 연구위원은 검토한 각국의 사례에서 관찰되는 사법권 독립의 위기는 공통적으로 '입법을 통한 제도화'라는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제도 변화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뤄졌으나, 실질적으로는 사법제도를 재편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조계·시민사회 등과의 협의 절차도 사실상 결여된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사법권 독립 침해는 단일한 방식이 아니라 △입법 과정의 불투명성 △판사의 임용·전보·징계 제도를 활용한 인적 구성의 재편 △사법행정권 집중과 재정 통제를 통한 압박 △사법부와 개별 판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 온라인 괴롭힘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법부는 전통적인 분쟁 해결 기능을 넘어 행정부의 집행 행위와 입법부의 입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로 작용해 통치권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한 권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는 판사 및 사법부에 대한 조직적 공격과 위협에 대해 제도적·사회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