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에 오히려 비호감" 선거 때마다 소음·현수막에 시민들 고통

사회

뉴스1,

2026년 6월 02일, 오전 11:20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일 서울 도심 번화가에 서울시장과 교육감 등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6.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선거운동 개시 첫날 아침 7시부터 집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유세차량이 똑같은 노래를 틀어 너무 피곤했습니다. 똑같은 노래를 몇 번을 들어야 하나요." 서울 한 지역구 주민 최 모 씨(26·여)는 "선거 운동 때문에 오히려 비호감이 될 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1일부터 선거운동이 이어져 온 가운데 유세 차량 소음, 현수막 등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관행적인 선거 운동 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을 기점으로 소음, 현수막 관련 민원이 크게 늘었다.

국민권익위원회 빅데이터 민원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1일 '확성기' 관련 민원은 전날 대비 400%, '현수막' 관련 민원은 129.7% 증가했다. 선거 하루 전인 이날도 오전 9시 기준 '현수막' 관련 민원은 101건이 이미 접수된 상황이다.

특히 선거 유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연설 등 확성기 소음은 대표적인 '선거 공해'로 꼽힌다.

공직선거법 제79조는 자동차에 부착된 확성장치 기준 127dB(데시벨), 대통령 선거 후보자 또는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의 경우에는 음압수준 150데시벨의 기준을 두고 있다.

다만 전투기 이착륙 소음(약 120데시벨)보다도 높은 기준이어서 실질적으론 제재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위반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사전 신고제여서 실질적인 규제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소음을 실질적으로 측정해 단속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단속하거나 하진 않는다"며 "소음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후보자에게 안내를 드리고는 있다"고 설명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선거와 관련해 제기된 주요 민원 키워드 (국민권익위원회 빅데이터 민원분석시스템 갈무리)

선거철이면 걸리는 현수막도 민원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관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매우 낮은 위치에 현수막이 설치돼 야간에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 '횡단보도 앞 보행 대기 공간과 통행로가 막혀 유모차, 휠체어, 고령자, 시각장애인 등 보행 약자의 통행이 어렵거나 차도로 우회해야 할 우려가 있다' 등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규제방안이 마땅치 않다. 공직선거법 제67조는 선거운동용 현수막에 대해 △다른 후보자의 현수막이나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른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를 가리는 방법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른 도로를 가로지르는 방법 등 4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이외에는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반복되는 민원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광고물 관리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행안부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2월과 4월 등 최소 세 차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각 정당에 선거 현수막 안전 관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엔 △강풍주의보 발동 시 현수막 자진 철거 △과도하게 걸린 현수막 조치 등 내용이 안내됐다. 하지만 각 정당에서 이를 지키지 않자 지난 23일 '현수막 하나에 원형 바람구멍 3개 이상 설치' 등이 담긴 공문을 다시 보냈다.

각 정당에선 이마저도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정당 소속 관계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도 "선거를 치르는 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마이크를 들고 유세 연설하는 것을 제외한 대형 플래카드, 로고송 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선거운동 관행"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정치인들의 FOMO(포모·소외 불안 증후군)와 '그래도 하는 게 낫겠지'라는 자기 위안 때문에 일종의 선거 습관이 지속돼 온 것"이라며 "실효성 없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선거 운동은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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