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현장에서 긴급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6.5.29 © 뉴스1 김성진 기자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현장 붕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 폭발 등 대규모 산업재해가 연달아 터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당국과 수사기관은 두 사건과 관련해 법인에 중처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살피는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관리했는지, 사고 예방과 관련한 의사결정 책임 구조가 어디까지인지가 관련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서소문 철거 시공사인 흥화건설의 안전관리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건하고, 흥화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했다.고용노동부 역시 흥화건설 대표 등 5명을 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최근 입건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현장 붕괴사건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건이다.
흥화건설에 대한 중처법 처벌 가능성은 법인의 평소 안전·보건에 관한 투자 전반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바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법조계는 전망한다.
김동욱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안법은 특정 사고가 났을 경우 이를 예방하는 현장의 기술적 조치가 있었는지를 보기 때문에 판단이 비교적 명쾌하다. 하지만 중처법은 다르다"며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갖춰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안전 관련 경영방침·비상대응 매뉴얼·현장 평가기준 등을 갖춰야 유리하다. 결국 기업 내부 문서를 봐야 아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경우 관리 당국인 서울시와 시공사 간 해체 의사결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철거공사의 발주처인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와 흥화건설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증거자료도 확보했다.
당일 현장 관계자가 '딱' 소리의 파단음을 들었다는 진술이 나온 등 위험 정황도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공사장은 지난해 9월 19일 서울시 안전관리과의 현장 안전 점검에서 100점 만점에 67점으로 '미흡' 평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흥화 건설과 서울시 등이 이같은 정황을 사전에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법적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작업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무엇인지, 사고가 충분히 예견 가능했는지, 위험 정황을 무시한 채 책임자가 결정을 내렸는지 등을 따지는 것"이라며 "누구에게 어떤 주의 의무가 있었는지를 경찰이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행위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주의 의무를 위반했는지, 붕괴 위험이 있었다면 이를 예방하는 조치를 실무자가 취했는지 등이 과실을 판단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손익찬 법무법인 일과사람 공동대표 변호사는 "산재에서 과실치사상 혐의는 다소 포괄적으로 검토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등의 사후적 가정을 전제하기 때문"이라며 "이 가정을 토대로 의사결정 구조를 타고 올라가 책임자를 가려낸다"고 했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2026.6.1 © 뉴스1 신웅수 기자
한화에어로 사건의 경우 대전지검과 대전경찰청이 각각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오전 10시59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로켓(미사일) 고체 연료 주입에 쓰는 작업 도구를 세척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2018년에 5명, 2019년에 3명이 폭발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법인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보강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중처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과거 사고의 경우 중처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관계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만 기소됐다. 이후 관계자들은 모두 징역·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중대재해로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회사 법인에도 경영책임자와 별도로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 가능하다.
손 변호사는 "기존 산안법은 공장장 등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의 과실만을 따졌다면, 중처법은 법인 대표를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책임자로 본다"며 "회사 차원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보건 시스템에 투자하고, 정기적인 점검 등을 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한화에어로 폭발 사고와 이번 사고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세부적으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legomast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