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 2026.5.28 © 뉴스1 안은나 기자
최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가 났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들 사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무분별한 '재난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사안의 본질을 흐리거나 피해자 추모를 가로막고,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사고 직후 온라인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뿐만 아니라, 사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게시물도 다수 올라왔다. 특정 지역이나 정당을 언급하는 식이 주를 이뤘다.
일부 게시물에선 사고를 선거 등 정치 현안과 연결 짓는 근거 없는 주장도 담겼다. 한 누리꾼은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와 관련해 '선거기간 사고가 잦다'며 특정 지역을 언급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선관위가 (투표함) 개봉한 것을 막으려고 터트린 것'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물론, 인명 피해가 난 사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재난의 정치화는 우리 사회에서 반복돼 왔다.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를 둘러싸고도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논의를 넘어 정치적 공방이 거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유가족에게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사고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물을 대상을 찾으려 하는 특성이 있는데, 충분한 조사와 사실 확인이 이뤄지기 전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 대상이 정치적으로 흐르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추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정쟁화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피해를 본 분들 입장에선 삶을 뒤흔드는 큰 사건인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반복적으로 확산하면서 사건이 계속 상기되는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유가족의 (상처를) 계속해 '찌르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2026.6.1 © 뉴스1 신웅수 기자
실제로 재난의 정치화가 유가족의 신체적 질환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 연구 결과도 있다.
이원영 중앙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 388명과 일반인 1552명의 병원 진료 이력 등을 비교 연구한 결과, 참사 7년 차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유가족들의 병원 외래진료 횟수는 일반인보다 평균 1인당 5.71회 더 많았다.
일반인 대비 당뇨나 갑상샘 질환 등 내분비·대사성 질환 발병 비율은 2.11배 높았다. 위염·간 질환 등 소화기계 질환도 1.46배 많았고,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 발병 비율도 1.44배 높았다.
연구팀은 참사 이후에도 몇 년간 유가족이 진실 규명을 둘러싼 갈등, 재난의 정치화 등을 겪으며 정신·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는 극도의 불안 심리가 형성되고 집단적 고통의 감정이 자리 잡는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불안과 고통을 가져온 원인을 찾게 된다"면서 "합리적인 원인은 시설 관리의 소홀 등과 같은 것들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경우 자신들과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집단 때문이라는 식으로 군중심리를 자극해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인재나 관리 소홀 등이 일차적이고 가장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독특하게 재난의 정치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재난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그것이 재난을 계속해서 발생시키는 중요한 정치·사회적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지난 1일 폭발로 작업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k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