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남겨진 폐현수막의 외침…"나 돌아갈래…쓸모있는 삶으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05일, 오전 06:06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현재 집하장에 쌓인 폐현수막은 2.5t 분량입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현수막 철거 작업을 시작하는만큼 2주 뒤엔 반입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내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에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수거된 폐현수막이 쌓여 있는 모습.(사진=김현재 기자)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내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 255.5㎡(약 77평) 규모의 집하장 한 켠에 폐현수막이 담긴 포대 20여개가 쌓여 있었다. 이곳에는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에서 수거한 현수막 중 재활용이 어려운 현수막들이 모인다. 센터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당선 감사·낙선 현수막도 추가로 게시하다보니 입고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무더기로 쏟아지는 현수막의 재활용 비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현수막 대부분은 땅에 묻거나 소각한다.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연간 5000t 이상의 폐현수막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각 정당이 현수막 게시를 자제할 뿐만 아니라 폐현수막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해 재활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후에너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폐현수막 발생량은 4971t이며 재활용률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8.8%로 집계됐다. 발생량은 전년(5409t) 대비 8% 감소하고 재활용률도 15.1%가 늘었지만 재활용률이 발생량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이를 늘리는 것이 숙제다.

현수막 재활용의 걸림돌은 보관 공간 부족과 처리 여건의 부족이다. 폐현수막의 재활용 처리비용은 t당 23만원으로 소각 비용(t당 29만원)보다 저렴하다.

재활용 처리가 어려워 폐현수막 대부분은 소각한다. 현수막 재활용을 위해서는 인쇄를 위해 사용된 염료를 세탁하거나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번거로워 매립 혹은 소각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한 현수막 소각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도 배출된다. 선거에 쓰이는 현수막의 원료는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이다.

PVC 1t을 태울 때 온실가스 1.38t이 배출되고 PP 1t을 소각할 때 온실가스는 3.07t이 배출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와 녹색연합은 10㎡ 크기 현수막 1장(중량 1.11㎏)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4.03㎏(이산화탄소 환산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각 정당들이 현수막 게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 연구위원은 “선거 현수막이 가장 저렴하고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아예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입법 등을 통해 공해 수준의 현수막 게시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친환경 소재로 선거 현수막을 만들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개정안은 발의되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 뿐만 아니라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구도희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는 “현수막 생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며 “서울시 사례처럼 현수막을 지자체 내에서 한꺼번에 수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현수막을 집결·선별하는 집하장을 마련해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크게 높였다. 또 자치구의 보관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처리 물량을 규모화해 처리 단가를 인하하는 성과도 거뒀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약 190.4t이던 폐현수막 발생량은 지난해 125.3t으로 약 34% 감소했다. 재활용률은 2023년 37.2%에서 지난해 85.7%로 약 6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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