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대래요. 걱정 마세요"…'투표함 사수' 33시간째 대치

사회

뉴스1,

2026년 6월 05일, 오전 07:12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인근 화단에 집회 참가자들이 옮겨 놓은 의자가 쌓여 있다. 2026.6.5. © 뉴스1 소봄이 기자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종료된 지난 3일 오후 10시부터 시작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 대치가 5일 오전 7시까지 33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해당 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지역 14개 투표소 중 한 곳으로,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들의 투표 종료 시각을 당초 지난 3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4시간 미뤘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투표소 안에서 경찰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자 집회 현장은 갑자기 술렁였다. 사회자가 참가자들에게 "투표소 뒤편으로 가 달라"고 요청하자 일부는 곧바로 뒤편으로 뛰어가 감시 태세를 갖췄다.

참가자들은 의자를 화단 쪽으로 옮겨 경찰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투표소 뒤편에는 수십 명이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출입문을 봉쇄했다.

이들은 경찰이 2층 창문을 통해 투표함을 반출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창문을 예의주시했다. 약 10분 뒤 아파트 후문 쪽에서 기동대 버스가 이동하자 참가자들이 긴장하기도 했지만, 뉴스1 확인 결과 경찰 철야 교대 차량 이동이었다.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뒤편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출입문을 막은 채 투표함 반출 가능성에 대비해 주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2026.6.5. © 뉴스1 소봄이 기자

참가자들은 전날(4일)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밤이 깊어지자 일부는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투표소 주변을 오가며 상황을 살폈다.

투표소 한쪽에는 참가자들을 위한 생수와 음료, 간식, 보조배터리 등이 쌓여 있었다. 집회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밤새 배달 음식과 각종 물품을 이곳으로 보냈다.

투표소 앞에는 '침묵'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렸고, 사회자는 새벽 시간대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침묵시위를 이어가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전날 오후 11시 기준 현장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 등 약 14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으나, 밤이 깊어지면서 일부 귀가했다. 5일 오전 7시 기준 현장에는 수백 명 규모의 참가자들이 남아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화된 대치 속에 전날 오후 8시 35분쯤에는 투표소 안에 있던 선거사무원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다만 장기화하는 대치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한 주민은 전날 밤 현장을 찾아 "우리는 같은 편인데 왜 주민들을 괴롭히는 거냐. 우리는 선량한 피해자"라며 "조용했던 동네가 시끄러워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도 주차 공간 부족과 흡연 문제를 지적했다.

한 집회 참가자가 "좀 불편하면 어떠냐"고 하자 지팡이를 짚은 남성 주민은 "남의 집 앞에 와서 무슨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면 이날 오전 5시쯤 교회에 가던 60대 여성 주민은 "밤새 자리를 지키는 젊은 사람들을 보니 안쓰럽다"며 "주민들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나온 만큼 어느 정도는 참아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경찰 차량 이동과 인력 교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투표함 이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sby@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