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끄면 보상 더 줘야 전기 아낀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05일, 오후 03:31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가정의 전기 사용 절약을 유도하려면 더위와 연관이 있는 에어컨 등 일부 가전의 사용을 줄일 때 큰 보상을 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에너지환경대학원의 우종률 교수 연구팀이 가전별 맞춤형 ‘수요반응’ 보상 설계 방식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수요반응(DR)은 소비자가 전력 사용이 많은 피크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보상을 지급해 전력망의 부담을 더는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면 낮에는 전기가 풍부하게 만들어지지만 해가 지는 오후 5~8시에는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더구나 이 시간대에는 퇴근 후이기 때문에 가정의 전력 사용이 급증한다. 전력망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반응 제도가 도입됐다. 현행 제도는 어떤 가전을 끄든 동일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가전마다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가 다른데 현 제도는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효과적인 부하 분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전국 1124가구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흔히 쓰는 7개 가전제품(TV·세탁기·건조기·전기밥솥·식기세척기·에어컨·히터)에 대해 ‘저녁 피크 시간대(5~8시) 동안 사용을 미루는 대가로 얼마를 받고 싶은지’, ‘가전을 언제 다시 쓸 것인지’ 등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더위·추위와 직결되는 에어컨과 히터의 경우 가정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큰 보상이 필요했다. 반면 TV와 전기밥솥은 비교적 작은 보상으로도 절반 이상의 가구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사용은 주말이나 다른 시간대로 쉽게 옮겼지만 보급률이 30~40%대에 그쳐 전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가전별 분석 결과를 실제 수요반응이 발동된 2023년 8월 7일 전국 전력 수요 데이터에 대입해 보상 수준에 따른 전력망의 변화도 시뮬레이션 했다. 현행 보상 단가(1500원/kWh)를 적용했을 때 저녁 피크는 약 9.3%(8,101MW) 감소했다. 그러나 미뤄진 사용량이 오후 9~10시에 몰리면서 오히려 ‘2차 피크(기존 대비 +1042MW)’가 생겼다.

반대로 보상을 500원/kWh 수준으로 낮추자 저녁 피크 감소 폭은 약 1.8%(1605MW)로 작아졌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여러 시간대로 골고루 분산되면서 전력망이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과도한 보상이 오히려 전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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