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2026.06.07 © 뉴스1 오대일 기자
교육부가 학생 간 과도한 내신 경쟁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내신 5등급제'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신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된 고1 학업중단자가 사상 처음 1만 명을 넘어섰고 검정고시 응시자도 2년 연속 2만 명을 돌파하면서 학교 내신 경쟁에서 이탈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을 통해 지난해 고1부터 내신 5등급제를 도입했다. 기존 9등급제에서 상위 4%였던 1등급 비율을 상위 10%로 확대하고, 2등급도 누적 34%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교육부는 5등급제가 고교학점제 안착과 내신 경쟁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전면 적용되면서 학생들의 내신 경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시행 첫해 나타난 결과는 교육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7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일반고 1703개교의 2025년 학업중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학업중단자는 1만 866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63명 증가한 규모로 최근 7년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특히 내신 5등급제가 처음 적용된 고1 학업중단자는 1만 450명으로 사상 처음 1만 명을 넘어섰다. 고1 학업중단자는 2020년 5015명까지 감소한 뒤 2021년 6330명, 2022년 8050명, 2023년 9646명, 2024년 9847명, 2025년 1만 450명으로 최근 5년 연속 증가했다.
검정고시 응시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수능 검정고시 접수자는 2025학년도 2만 109명, 2026학년도 2만 2355명으로 최근 2년 연속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접수 인원은 1996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교육계에서는 대학 서열 구조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내신 등급 체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경쟁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학에 대한 선호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제로 바꾼다고 해서 대입 경쟁 완화로 작동하기는 어렵다"며 "1등급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상위권 대학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경쟁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내신 5등급제를 경쟁 완화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대입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못한 측면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하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대입 경쟁 완화 정책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 6월 모의평가일인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국어 영역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6.6.4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실제 내신 경쟁이 완화되기보다 다른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1 학생 42만 3257명 가운데 1·2학기 모두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은 4588명이었다. 2024년 712명보다 6배 이상 늘었다.
전 과목 1등급 학생 수는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 수도권 12개 의대 정원 1022명의 4.5배에 달한다. 전국 의대 정원 3628명과 서울대 입학 정원 3603명보다도 많다. 입시업계에서는 전 과목 1등급 학생만으로도 의대와 서울대 정원을 넘어선 상황이 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교 시험도 전반적으로 쉬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전국 일반고 1695개교의 2025학년도 고1 2학기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5개 교과 평균 점수는 70.4점으로 전년보다 3.5점 상승했다. A등급 비율도 21.6%에서 24.1%로 높아졌다.
입시업계에서는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상위권 학생이 1등급 구간에 대거 몰리면서 내신 변별력이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1등급을 받는 학생은 늘었지만 그만큼 최상위권 안에서 다시 변별 경쟁이 벌어지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대학들도 내신 변별력 약화에 대응하고 있다. 한양대는 2028학년도 수시에서 수능 최저 적용 비율을 확대했고, 경희대와 서강대도 수능 최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은 학생부 교과전형에 수업 이수 내용과 탐구활동 등을 반영하는 정성평가 요소를 추가했다.
결국 학생들은 내신 부담이 줄어들기보다 내신과 수능, 학생부 관리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내신 경쟁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경쟁의 방식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정책 목표였던 경쟁 완화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교육당국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ine12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