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감 호소에도 부대는 '묵묵부답'…육군사단서 4명 잇단 사망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후 03:20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한 육군사단에서 초급 간부와 병사 등 장병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육군참모총장과 해당 사단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권고했다. 인권위는 해당 부대가 취약 집단에 대한 관리와 예방 조치에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육군 5사단 장병들이 철책 이상 유뮤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육군)
8일 인권위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부산 소재 한 육군 사단에서 장병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인권위는 과거 이 사단 소속이었던 여성 하사 1명이 차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추가로 인지하고, 지난해 11월 부대 전반에 대한 정밀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사단에서 숨진 장병 4명 중 3명은 하사였다. 1명은 일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사 3명 중 2명은 단기 복무 후 연장 근무 중인 ‘임기제 부사관’이었다. 과거 숨진 여성 하사를 포함한 사망자 3명은 모두 같은 대대 소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망자들은 생전 부대 업무에 대한 무기력감과 우울감, 야간 근무 가중에 따른 고충 등 평소 부대 생활의 어려움을 주변에 지속해서 호소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관할 부대는 이런 징후를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심리적·행정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채 방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단 측은 “사고 발생 후 사망 원인에 대해 범죄 혐의점이 있으면 민간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했다. 또 부대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 등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국가는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복무 여건을 개선해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할 당연한 책무가 있다”며 “해당 사단은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의 적극성’과 임기제 부사관 등 ‘취약 집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소홀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군내 자살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수사 결과를 지휘 선상에 있는 장성급 지휘관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해 경각심을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해당 사단장에게는 제대별(군 조직 단위) 자살예방시스템이 서류상에만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