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출신 의대행 막는다지만…“N수생 대책 필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09일, 오후 03:14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교육부가 영재학교의 운영성과를 5년마다 평가하고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지 않으면 영재학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다. 과학·수학 등 이공계 영재 양성을 위해 마련된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 통로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영재학교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영재학교 졸업 후 재수·반수로 의대에 진학하는 ‘N수생’까지 막을 수단은 여전히 마땅치 않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연합뉴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1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교육부 장관이 5년마다 영재학교의 운영성과를 평가하도록 한다. 평가 결과 개선이 필요한 경우 교육부는 영재학교에 개선 계획의 수립·시행을 요구할 수 있다. 영재학교 운영이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영재학교 지정 취소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영재학교와 각 시·도교육청,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평가지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영재학교 운영성과 평가의 시작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다. 전국에 8곳이 운영 중이며 한국과학영재학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관기관)를 제외한 7곳이 모두 공립학교다.

영재학교와 설립 취지가 유사한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5년마다 운영성과 평가를 받는다. 이와 달리 영재학교에 대해선 운영성과 평가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영재학교 지정 취소에 관한 법 조항은 있으나 지정 취소의 근거가 될 운영성과 평가에 관해선 법적 제도가 미비한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영재학교 운영성과 평가 제도를 통해 영재학교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영재학교 재학생의 의대 진학을 꼼꼼히 관리할 전망이다. 영재학교는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지만 일부 재학생·졸업생들이 의대로 진학하면서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영재학교 졸업생 851명 중 현역으로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15명으로 나타났다. 관련 자료를 교육부에 제출하지 않은 서울대·이화여대 진학자는 제외됐다. 영재학교에서 의대로 진학한 학생은 2024학년도 30명에서 2025학년도 15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같은 수준의 진학자가 나왔다. 의대 진학자 수 자체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의대 진학자가 나오고 있다.

다만 교육부가 영재학교 운영성과 평가에 나서더라도 소위 ‘N수생’의 의대 진학은 여전히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공계 진학을 희망했더라도 영재학교 졸업 후 의대로 진로를 변경하고 싶은 경우까지 막으면 지나친 규제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어서다.

현재도 영재학교 재학생과 달리 졸업생들은 반수나 재수로 의약학계열에 진학할 때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영재학교 재학생은 현역으로 의약학계열에 진학하는 경우 영재학교 내 진학지도를 받을 수 없고 지원받은 교육비·장학금 등을 환수해야 한다.

이미나 한국교육개발연구원(KEDI) 영재교육연구센터 연구원은 “N수생들에게도 이공계 진학을 강제한다면 개인의 진로선택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제재만이 아니라 영재학교 출신들에게 이공계 진로에 대한 호기심, 이공계 직업의 비전 등을 제시해 이공계 진학을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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