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팔이·품절에 울던 희귀질환자…저단백 즉석밥 안정적 구매한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09일, 오후 04:01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선천성대사이상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A씨는 저단백 즉석밥을 구하기 위해 6개월 넘게 매일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다. 품절이 반복되자 결국 개당 1700원 수준인 제품을 온라인 되팔이(리셀) 시장에서 1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매하거나 일본 직구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불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자료=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은 9일 서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강당에서 CJ제일제당(097950),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희귀질환자 특수식(저단백 즉석밥) 구매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천성대사이상질환은 체내 단백질 분해 효소가 부족해 단백질 섭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희귀질환이다. 환자들은 평생 저단백 식단을 유지해야 하며, 저단백 즉석밥은 치료제만큼 중요한 필수식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특수식 시장 규모가 작아 생산과 공급이 제한되면서 성인 환자들은 제품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19세 미만 환아에게 우선 공급된 뒤 남은 물량을 성인 환자들이 개별 구매하는 방식이다보니 품절이 잦았다. 일부 환자들은 해외 제품이나 온라인 재판매 제품을 정상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했다.

앞으로는 매 분기 ‘희귀질환 헬프라인’을 통해 필요한 3개월치 물량을 미리 신청하면 생산 과정을 거쳐 다음 달 각 가정으로 배송받을 수 있게 된다. 환자들은 정해진 가격인 개당 1700원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저단백 즉석밥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한다. CJ제일제당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햇반 저단백밥’을 생산 중이다. 특수 공정과 품질검사 과정으로 인해 일반 즉석밥보다 제조원가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구매 신청 접수와 주문을 지원하고, 질병청은 온라인 주문 시스템 구축과 신청 자격 관리, 행정 지원 및 홍보를 맡는다.

새로운 구매지원 체계는 온라인 시스템 개발을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환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질병청은 안정적인 공급 체계가 구축되면 환자들의 특수식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경제적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연간 960개를 구매하는 환자의 경우 기존 구매 방식과 비교해 연간 약 652만~1085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희귀질환자가 겪는 공급 불안 문제는 특수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치료재료 역시 시장 규모가 작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고관절 이형성증을 앓는 어린이는 특수한 뼈 고정용 치료재료가 필요하지만, 해당 제품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해 환자와 가족이 큰 부담을 겪는다. 이번 협약은 희귀질환 분야에서 민·관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특수식은 치료제만큼 중요한 요소”라며 “이번 민·관 협력이 환자들의 구매 불안과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희귀질환 환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발굴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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