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수술 여부보다 전략적 순서가 중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0일, 오전 10:05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폐암은 주로 흡연자에게 발생하지만 간접흡연과 환경 요인으로 비흡연 여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폐는 통증 감각이 없어 암 발견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중앙대광명병원은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 수술 전 면역항암제 사용 등 치료 순서에 중점을 두어 생존율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남성 암 발생 순위에서 전립선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폐암은 여전히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암 사망자의 약 22%가 폐암으로, 암 사망자 5명 중 1명 이상이 폐암으로 생명을 잃는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5년 생존율은 과거 10%대에서 최근 40% 대까지 향상됐지만 여전히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 전략이 예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 감각 신경 없어 통증 못 느끼는 폐, 암 발견됐을 때에는 이미 진행된 경우 많아

폐암이 늦게 발견되는 이유 중 하나는 폐에 통증을 느끼는 감각 신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암이 진행되더라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아 발견 시점에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기침, 피로 등 증상이 비특이적인 경우도 많아 초기에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흡연력,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폐암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국가암검진 사업에 폐암 검진이 도입되면서 저선량 CT를 통해 조기에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엑스레이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은 결절도 발견할 수 있어 고위험군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권장된다. 저선량 CT로 발견된 초기 폐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8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허진영 교수는 “폐암을 완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검진을 통해 먼저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폐암, 환자별 치료 전략 설계가 중요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며, 약 80~85%가 비소세포폐암이다. 과거에는 병기에 따라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선택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EGFR, ALK 등), 면역표지자(PD-L1) 발현율, 환자의 폐기능과 전신 상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병기라도 환자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폐식도외과 한국남 교수는 “특히 2~3기 폐암은 치료 전략이 가장 복잡한 구간”이라며 “종양을 먼저 줄인 뒤 수술을 시도할지, 수술을 우선할지 환자 상태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를 수술 전 선행요법으로 사용하는 치료도 늘고 있다. 이처럼 폐암 치료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순서로 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조기 폐암의 경우 표준 수술법은 폐엽절제술이지만, 종양의 크기나 위치, 환자의 폐기능에 따라 폐 구역절제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폐엽절제술은 장기 치료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폐 구역절제술은 정상 폐조직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절제 범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국소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치료 결정은 폐식도외과,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

◇ 폐암 치료의 갈림길, ‘선택’이 아닌 ‘전략’으로

중앙대광명병원은 폐식도외과 한국남 교수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허진영 교수, 이대근 교수를 중심으로 폐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진단부터 치료 결정, 수술, 항암치료, 추적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폐암 원스톱 진료’를 통해 치료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영상검사, 조직검사, 분자유전학적 검사 결과가 취합되면 다학제 논의를 통해 치료 전략이 신속히 확정되고, 외과와 내과가 동시에 치료 일정을 조율한다. 진단 단계부터 수술 가능성과 전신치료 전략을 함께 검토하는 구조다.

최근 병원을 찾은 한 3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도 이러한 논의를 거쳤다. 영상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인돼 수술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허진영 교수는 조직검사와 분자유전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선항암·면역 병합요법을 먼저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종양 반응을 확인한 뒤 수술 가능성을 재평가하자는 전략이었다. 동시에 한국남 교수는 치료 반응에 따른 절제 범위와 수술 방법을 사전에 설계했다.

수차례의 전신치료 이후 종양은 의미 있게 감소했고, 재평가 결과 수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환자는 폐식도외과에서 절제 수술을 받았고, 이후 보조치료 및 추적관리 계획 또한 다학제 논의를 통해 확정됐다. 치료의 시작부터 수술, 그리고 이후 관리까지 하나의 전략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남 교수는 “폐암 치료는 단순히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치료 순서를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발전으로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환자의 병기와 분자유전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수술 후 폐 기능 회복도 중요해

폐암 수술은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수술 이후 폐기능이 충분히 보존되고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전 단계부터 환자의 폐기능이 수술 후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폐기능 검사와 함께 운동부하검사 등을 시행해 수술 가능 여부와 절제 범위를 결정한다.

수술 직후 입원 기간에는 적극적인 객담 배출과 호흡 재활이 중요하다. 환자가 호흡기구를 이용해 심호흡을 반복하면 남아 있는 폐가 충분히 팽창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를 위해 수술 후 통증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관리 요소다.

또한 조기 보행과 호흡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폐의 환기 기능을 유지하면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중앙대광명병원 다학제 협진팀은 수술 후 폐렴이나 무기폐와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호흡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맞춤형 재활 치료를 진행한다.

허진영 교수는 “폐암 수술은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술 이후 환자가 안정적으로 호흡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까지 포함한 치료”라며 “수술 전 평가부터 수술 후 재활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장기적인 치료 성적 향상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암 치료는 더 이상 한 과의 영역이 아니다. 수술과 항암, 면역치료를 나누어 접근하기보다 치료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계획하는 시대가 됐다. 폐암 치료의 핵심은 이제 ‘수술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있지 않다. 환자마다 다른 암의 특성과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전략과 순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폐암 다학제 협진팀은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통해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추적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기반으로 폐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폐식도외과 한국남 교수(좌),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허진영 교수(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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