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숲 지키고 목재는 해외서?…"韓 목재 수급정책 재검토해야"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0일, 오전 10:11

설악산국립공원에 눈이 쌓여 있다.(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7 © 뉴스1 윤왕근 기자

목재의 85%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수급 구조를 '기후정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숲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목재 수요를 해외 산림에 기대는 방식이 개발도상국에 환경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만큼, 국제적 책임을 고려한 목재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기후변화학회를 통해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교수팀과 국립산립과학원 산림전략연구과 등이 공개한 연구논문 '기후정의 및 정의로운 녹색 전환 관점에서 한국의 목재 수급 정책 고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전체 목재 수입 의존도는 85%로 나타났다. 제재목 수입 의존도도 약 80%였다.

합판은 개발도상국 의존도가 높았다. 이 교수는 2019~2023년 기준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합판의 약 66%를 수입했다고 조사했다.

연구진은 한국의 목재 수급 구조를 '국내 산림 보전과 해외 산림 의존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구조'로 봤다. 국내에서는 산림을 탄소흡수원으로 보고 보호하려 하지만, 목재 소비는 계속되는 만큼 수요가 해외 산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숲은 기후 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탄소흡수원이다. 국내 산림을 잘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만 목재를 덜 쓰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을 뿐이라면, 산림 이용 부담은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 이 교수팀은 이 지점을 기후정의 문제로 봤다.

기후정의는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비용과 이익이 공정하게 나뉘는지 따지는 개념이다. 목재를 소비하는 국가는 건축자재와 산업 원료를 얻지만, 생산국은 산림 훼손과 탄소 저장 능력 감소, 지역 생태계 변화 같은 부담을 질 수 있다.

논문은 이를 '녹색식민주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말은 낯설지만, 의미는 명료하다. 친환경 전환의 이익은 소비국이 얻고, 자원 생산 과정의 부담은 다른 나라가 떠안는 구조다. 목재로 보면 국내 숲은 지키면서 필요한 목재는 해외 산림에서 가져오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비슷한 논의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진 바 있다. 일본은 1930년대 전체 목재 수입량의 약 60%를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왔다. 이후 해외 목재 수입의 윤리적 책임 논의가 커지면서 국산재 이용 확대 정책을 추진했고, 2023년 기준 목재 자급률은 43%로 나타났다. 일본은 2021년 국가 산림전략에서 목재 자급률 48%, 소비량 4200만㎥를 목표로 세웠다.

영국도 목재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 가운데 40% 이상은 산림 훼손 위험이 높거나 관리 체계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 조달되는 것으로 논문은 정리했다. 영국 하원 환경감사위원회는 탄소중립을 위해 건축용 목재 사용을 늘리더라도 수입 의존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국내 산림 면적과 자원량이 큰데도 목재·목제품 수입이 많은 국가로 꼽혔다. 프랑스는 국가 산림 및 목재 프로그램을 통해 2026년까지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연간 약 1200만㎥의 상업용 벌채를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이 교수팀은 한국 내 목재에 대한 인식이 과거 '국토녹화'와 묶여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1960~1970년대 녹화를 위해 심은 나무가 50~60년생이 돼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활용 가치가 떨어지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나무를 베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목재는 친환경 소재로 선호하면서도, 국내 숲에서 목재를 생산하는 문제에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 구조다.

이 교수팀은 국내 산림의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목재수확과 재조림, 목제품 이용을 연결하는 지속가능한산림경영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확한 목재를 목조건축이나 내구성 목제품처럼 오래 쓰면 탄소를 수십 년 동안 저장할 수 있다. 나무를 베면 탄소흡수원이 사라진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다시 심고 오래 쓰는 순환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논문은 국산 목재 활용을 바이오경제 전략과도 연결했다. 국산 목재를 원목이나 펠릿에만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목조건축, 목질 바이오소재, 바이오플라스틱, 대체 연료 등으로 넓히면 환경성과 산업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교수팀은 한계도 밝혔다. 한국의 목재 수입 구조가 개발도상국 산림 훼손을 직접 초래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목재를 수출하고 관련 산업을 키우는 측면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고 했다.

국내 숲만 잘 보전하면 충분한지, 아니면 한국의 목재 소비가 다른 나라 숲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목재 수급 정책을 가격과 물량뿐 아니라 탄소중립, 국제적 책임,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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