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경찰들이 투표함 반출을 막는 시위대 및 시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 뉴스1 김도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라 엿새째 이어지는 시위 현장에서 '감금·조롱' 피해를 본 기동대 소속 경찰 간부가 "아무리 인권, 안전, 시민 등의 말을 듣는다 해도 작정하고 퍼붓는 시비, 도발, 욕설 앞에서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2기동단 소속 A 경정은 전날(9일) 경찰 내부망에 '경력(警歷)은 어디로'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자신을 송파 개표소 근무 기동대를 정문 근무에 투입하고 교대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A 경정은 "끊임없이 같은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을 마주한 채 그 엄청난 분위기에 압도되면서도 저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수많은 함성과 조롱을 감내하신 대원분들을 보호해 낼 수 없었다"며 "지금도 혼돈과 질서 그 어딘가에서 표류 중인 개표소를 묵묵히 지켜주시는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번 집회는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굉장히 '성공적인' 집회일 것"이라면서 "큰 실책이던 서울서부지법 사태를 넘어 미신고 집회면서도 소요나 큰 폭력으로 번지지 않았고 거시적으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이며 지금까지는 당국 제지를 거의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소규모의 불법과 일탈 행위는 대부분 교정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시위 양상은 이 성공적인 집회를 이어 어디까지 경찰이 용인해 줄 것인지를 시험하는 수준으로 번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만큼 경찰에 가해지는 압박이 험악해질 것이고 우리 인내심과 자존심은 그것을 견뎌낼 만큼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 경정은 "이제는 우리 인권과 자존심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필요 이상으로 추락했다면 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며 "경찰 조직은 정말 잘한다. 실책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실책을 책임지고 고쳐나가면서도 그로 인해 나약해지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용기 섞인 시도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오늘 현장에 나가시는 분들의 무탈과 심신의 안정을 빈다"며 "제가 이탈할 수 있게 도와준 17기동대와 경비계 직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잠실 개표소 인근 일부 시위대가 현장 경찰관들에게 관등성명 제시와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가짜 경찰, 중국 공안' 의혹을 제기한 사진,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이를 경찰이 확인한 결과, 모두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 중인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공지를 통해 "경찰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정당한 의사 표현은 최대한 존중하고 적극 보호하되, 시민, 기자, 경찰·소방 등을 대상으로 한 폭행·명예훼손·강요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과도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피해를 겪은 현장 경찰관에 대해서도 경찰청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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