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서 나 때문에 죽었단 소리 들어"...숨진 소방관 남자친구 '분통'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1일, 오후 08:4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광주 한 소방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의 남자친구가 회식 자리에서의 갑질 등을 폭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진 광주 소방공무원이 생전 남자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사진=연합뉴스)
광주소방본부는 지난해 10월 본부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남자친구 B씨와의 관계 문제를 고인의 사망 원인으로 공문에 적시했다.

B씨는 이에 반발하며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과도한 음주 문화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문자 메시지 등을 근거로 본부에 감찰을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는 5개월 넘게 감찰하지 않다가 B씨와 유족이 상급 기관인 소방청을 방문한 뒤인 지난달 감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조는 이날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소방본부의 전면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B씨는 11일 연합뉴스를 통해 “(여자친구의 팀원들이) 과도하게 밤늦게까지 술을 먹이고 가기 싫은 노래방도 갔다”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자친구는 술자리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B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남자) 팀장님이랑 둘이 노래방을 가야 할 것 같다”며 상사의 무리한 요구에 난처해하는 고인의 당시 심정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해외여행을 앞둔 여자친구에게 술 등을 사오라는 압박을 가해 캐리어 두 개를 들고 가게 만들기도 했다”며 “가기 싫은 회식 자리에 억지로 불러놓고 여자친구에게만 차를 끌고 오게 하는 등 갑질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특히 B씨는 자신을 언급한 본부의 공문에 대해 “그 공문 탓에 오죽하면 내가 상주로 선 장례식장에서조차 ‘남자친구 때문에 죽었다’는 허무맹랑하고 기막힌 소리를 들어야 했겠느냐”며 “이는 여자친구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유가족을 향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했다.

본부 측은 B씨가 공문 수정과 재조사를 요구했으나 사후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사건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아직도 이런 구태 공직자들이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철저히 조사하되 조사 주체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소방청이 아닌 국무조정실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조사 결과 음주 강요, 감찰 조사 요구 묵살이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는 물론 형사 처벌에 민사 손해배상 후 구상 청구까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책을 해서, 다시는 이 나라에서 회식 음주 강요 같은 직장 내 악성 갑질이나 부정부패 은폐·묵살은 꿈도 꿀 수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직후 국조실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통령 지시 사항이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음주 강요, 유가족의 감찰 조사 요구 묵살 여부 등을 최대한 신속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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