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일기] 키 성장, 타고난 ‘유전’보다 만들어지는 ‘환경’이 먼저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3일, 오전 12:04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엄마, 아빠가 키가 작아서 우리 아이도 안 크는 걸까요?” 진료실을 찾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걱정이자, 성장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다. 많은 이가 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형질에 의해 100%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 방대한 통계 데이터가 말해주는 진실은 전혀 다르다. 최종 키를 결정하는 데 있어 유전이 미치는 영향은 약 23%에 불과하며, 나머지 77%는 후천적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키 성장에서 유전이 가지는 의미는 아이가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오는 일종의 ‘성장 잠재력의 범위’ 또는 ‘바탕 도화지’와 같다. 부모의 키가 작다고 해서 아이가 무조건 작게 자라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부모의 키가 크다고 해서 아이가 당연히 장신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유전적 잠재력을 물려받았더라도 사춘기 이전의 성장 환경이 엉망이라면 그 잠재력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사장된다. 반대로 유전적 조건이 다소 아쉽더라도 후천적인 환경을 최적화해 준다면 유전적 기대치를 뛰어넘는 반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신장이 급격하게 상승한 배경이 이를 증명한다. 한 세대 만에 유전자가 통째로 바뀔 수는 없다. 결국 영양 상태의 개선, 보건 의료의 발달, 그리고 성장 환경의 변화가 한국인들의 숨겨진 성장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즉, 키 성장의 핵심 열쇠는 타고난 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나는 매일의 일상 속에 있다.

요즘 아이들의 성장 환경은 ‘영양의 과잉’과 ‘생활 패턴의 붕괴’를 바로잡는 것이 숙제다. 첫째, 서구화된 식습관과 배달 음식, 과도한 당분 섭취로 인한 소아 비만은 현대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다. 체지방 세포가 늘어나면 호르몬 분비 체계가 교란되어 사춘기를 앞당기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는 결국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잘 먹여서 살을 찌우는 것이 키로 갈 것이라는 과거의 통념은 이제 아이의 성장 기간을 단축시키는 위험한 원인이 되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학업 스트레스와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과도한 사용은 수면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키를 키우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원인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잠들기 전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정서적 각성을 유도해 성장호르몬의 방출을 방해한다.

환경 관리는 단순히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거나 무리한 운동을 시키는 차원을 넘어선다. 아이의 체질적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맞춤형 환경 디자인’이 필요하다.

부모의 유전자를 탓하며 아이의 성장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아이가 살아가는 환경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타고난 조건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강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지금 당장 아이의 식단, 수면, 운동 환경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후천적 노력이 만들어낸 1cm의 차이들이 모여, 아이의 당당한 미래라는 위대한 결과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