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늘] '룸메이트 살해' 20대女, 징역 18년→무죄…진범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3일, 오전 12:0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11년 전 오늘, 함께 살던 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불까지 지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여성 A(당시 28세)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지난 2011년 9월 불이 난 서울 강남 한 빌라에서 20대 여성 B씨가 목 부위에 자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B씨와 같이 살던 친구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A씨와 갈등이 있던 B씨의 반려견이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여 안락사시켜야 했고, A씨가 건넨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먹은 B씨가 실신한 전력을 의심했다.

사건 당일에도 A씨가 B씨인 척 그의 휴대전화로 다른 친구와 수차례 연락한 데다 B씨에게 4700만 원을 갚으라며 차용증을 쓰게 하고 B씨 동생에게 보증을 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씨는 B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인화성 물질을 뿌려 집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난 혐의(살인미수 및 현존건조물방화치사)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공소 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에게 나쁜 감정을 가진 피고인이 사건 당일 저녁 또다시 피해자와 다투다가 격앙된 감정 때문에 흉기로 피해자의 목을 찔러 살해하려고 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항소심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A씨는 재판 내내 B씨가 자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1심 재판부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궤변”이라고 일갈한 반면 2심에선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A씨 주장이 아니라고 볼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B씨가 ‘돈 갚을 자신이 없다’며 보험금으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자해했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흉기에 찔린 뒤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강도를 당한 것으로 위장하면 보험금을 탈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불을 지른 것도 B씨라고 항변했다.

2심은 유죄를 의심할 만한 간접 증거나 정황은 있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의 심증을 갖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상처가 지혈된 상태였으며, A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불에 그슬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불이 날 당시 A씨가 근처에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친구 사이의 다툼과 갈등은 특별한 정신병력이 없고 전과도 없는 A씨가 공소사실처럼 잔인하고 계획적으로 B씨를 살해하려 할 만한 동기로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5년 6월 13일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죄를 확정했다.

이러한 판결은 2007년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을 떠들썩하게 한 미국 여성 ‘아만다 녹스’ 사건과 닮을 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유학 중 변태적인 성관계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하자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녹스는 7년간의 공방 끝에 명확하지 않은 정황 증거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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