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빚, 다른 판결"…'도산전문법관제 시급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전 05:37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같은 소득과 빚이 있는 사람이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 명은 6개월 만에 면책을 받고, 다른 한 명은 1년 넘게 법원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재판권의 독립이라는 원칙이 오히려 국민이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주헌 법무법인 송율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송율 사무실에서 만난 이주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는 개인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하는 가운데 법원마다 면책 기준과 처리 기간이 크게 엇갈리는 ‘사법 복불복’ 현상을 이같이 비판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서울회생법원 판사를 거쳐 법무법인 율촌,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두루 거친 도산법 전문가다.

이 변호사는 “주식이나 코인 투자 채무에 대해 어느 법원은 탕감 범위를 넓게 잡아주는 반면 지방의 모 법원에서는 이를 탕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변제율을 높이라고 압박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편차는 기형적 현상까지 낳고 있다. 이 변호사는 “관할권 내에서 주소지를 이전해서라도 개인회생 신청 결정에 유리한 법원을 찾는 일종의 쇼핑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사법부가 실무준칙 통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에 그쳐서다.

개인 회생신청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코로나19 당시 각종 지원으로 힘겹게 버티던 자영업자들의 다중채무가 2023년부터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며 “과거에는 주식·도박·무리한 사업 확장이 채무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생계형 채무가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계층별로는 2030 청년층의 레버리지 투자 실패, 자영업자의 코로나 대출 누적, 고령층의 의료비·생계비를 위한 카드론·사채 등 전형적인 생계형 파산 경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절차를 앞두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례도 많다.

이 변호사는 “파산 선고의 낙인이 두려워 소득을 부풀리거나 무리한 회생신청으로 매달 변제금을 감당하지 못해 중간에 폐지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신청 직전 재산을 가족 명의로 빼돌리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행위, 신청 전 집중적으로 대출을 받는 행위 등은 형사상 사기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채무변제도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조언했다. 그는 “소득이 발생하면 생활비보다 변제금을 먼저 떼어놓는 전용 계좌를 만들어 강제 저축하듯 관리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소득이 줄어 변제금 상황이 어려우면 즉시 대리인과 상의해 변제계획안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변제 유예나 변제금 조정을 받아주는 편이어서다.

법원 인프라는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의연이다. 이 변호사는 “도산전문법관제를 도입해 도산법을 깊이 이해하는 법관이 사건을 담당토록 해야 법원마다 처리 기준과 기간이 다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산선고로 인한 불이익 조항 정비도 과제다. 그는 “관련 법령이 200개가 넘는데 이를 없애기 위한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회생·파산 제도는 채무를 지워주는 사후 처방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책 이후 취업 훈련과 일자리 매칭을 연계한 고용-금융 연계 시스템, 생계·주거·심리 지원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원스톱 패자부활 플랫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불법 사금융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헌 법무법인 송율 대표변호사. (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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