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첫 논의를 시작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안건으로, 매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인 1988년에 한시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후 이듬해부터 지금까지는 전 산업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올해 고환율·고물가·고유가 영향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 부담이 커진 탓에 업종별 차등적용을 한층 더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연합 전무는 “업종별로 노동생산성과 임금 수준 등 차이가 명확한데도 단 하나의 기준만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건 최저임금에 대한 현장 수용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뿐”이라며 “조금이라도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은 업종별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구분 적용”이라고 설명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특정 업종의 낙인을 찍는 차별이 아니라 고사 직전인 업종에 숨통을 틔워 고용을 유지하게 만드는, 생존의 사다리를 놓는 현장의 목소리”라며 “경제적 취약 계층을 지키기 위한 구분이자 최후의 보호이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음식·숙박업, 택시, 편의점 등 업종에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 임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종별로 영업이익이 다르고 최저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총에 따르면 음식·숙박업과 보건사회복지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각각 31.6%, 21.4%에 달한다. 제조업의 최저임금미만율이 3.7%라는 점을 고려하면 5~8배가량 높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을 추정한 것으로, 경영계에선 해당 업종이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성과급처럼 다루는 논리라며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현 최저임금을 ‘성과급’처럼 다뤄서 어느 업종에는 덜 주고, 어느 지역에는 덜 주는 ‘저성과급’ 논의와 똑같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식점업 같은 곳에서 지금보다 최저임금을 더 낮게 주면 어느 노동자가 그곳에서 일할 건지 불 보듯 뻔하다”며 “외국인·장애·수습 노동자처럼 각종 딱지들을 붙여 차별을 정당화시켜 이윤을 창출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독소 조항인 업종별 구분 적용은 지금 당장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는 오는 23일 열릴 8차 전체회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노동계가 주장했던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세 차례 진행한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도 세 차례 회의를 거칠 전망이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오랜 논의를 단순히 되풀이하기보다 그간 축적된 자료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발전된 시각을 제시하면서 위원회의 판단을 정립해 나갈 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임위 표결에서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최임위는 이르면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하는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전날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 2000원을 요구했다. 지난해 요구 인상률(14.7%)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영계는 아직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내주 내놓을 전망이다. 올해는 고물가·고유가 상황으로 경영상 부담이 커진 점을 들어 동결이나 낮은 인상 폭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