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의 모습. 2026.1.19 © 뉴스1 김도우 기자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사건 심리 지연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들여다본다. 법원이 헌재의 심리 지연에 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0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2020년 10월 A 씨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6월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A 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항소장을 제출한 뒤 헌재에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시행 중이던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에선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승인받은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내용을 변경할 때도 같다고 규정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소원의 결과가 해당 형사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대기했으나, 헌재는 이를 4년째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헌법 제107조 제2항을 들어 헌재의 재판 지연이 부작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은 것) 처분이라며,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개시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헌재의 부작위 처분도 이 조항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법원은 A 씨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해 헌재에 심사 진행 경과와 지연 사유 등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다.
법원이 헌재에 발송한 의견요청서에는 △심사 진행 단계 및 지연 사유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사이의 보고서, 의견서 등 교환 심리 경과 △관계기관 의견 조회 여부 △동일 쟁점으로 법원에서 대기 중인 사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등 질의가 담겼다.
법원은 헌재에 송달 후 한 달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의견서는 헌재에 이날 송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모든 국가 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야 한다"며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인해 피고인은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소원 절차에서는 서면 제출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헌재가 법률상, 사실상 쟁점을 검토하거나 의문이 있는 경우 당사자에게 그에 관한 의견 제출을 촉구하는 등 당사자의 절차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그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