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학생 인권만큼 교권도 존중받아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전 07:37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무분별한 악성 민원이 학교 본연의 기능마저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의 하소연이다. 여기에는 학교가 민원 대응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서도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교사를 괴롭히는 학부모가 등장한다. 결국 교사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내몰리게 된다. 드라마 속 일화지만 이를 본 교사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원인을 따져보면 복합적이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이 확산하면서 교사들의 교권보다는 학생 인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어느 전문가의 ‘금쪽이론’이 가세하면서 상황이 심화했다.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학교에 돌봄 관련 사회복지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학교를 교육기관이 아닌 학생에 대한 서비스 기관으로 인식토록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는 비단 학교와 교사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전국 주민센터의 공무원들도 악성 민원인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와 지방자치 시대의 순기능 이면에 자리한 역기능으로 볼 수 있다.

인권, 공감, 수요자 중심 서비스 등 듣기에는 모두 좋은 말이다. 다만 자신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부족한 게 문제다. 학생인권조례도 애초에 학교 구성원 인권 조례로 제정해 확산시켰으면 어땠을까. 학생과 교사의 인권·교권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이 정착됐다면 지금처럼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금쪽이론이 유행한 뒤에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요구하기 시작한 ‘우리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었는가’란 문제 제기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녀의 감정을 내세우기 전에 학교·교사의 교권에도 공감해 주는 게 순리이다. 하지만 지금까진 한쪽의 감정에 대해서만 공감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교권을 추락시키고 교권을 침해했다.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도대체 정서적 학대 행위가 무엇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니 시험을 어렵게 냈다고, 또는 ‘노력을 요한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교사를 정서적 학대 혐의로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나 유치원의 체육대회를 승패 없는 게임으로 억지 운영하는 사례도 자녀의 ‘정서 보호’를 강요하는 학부모들이 있어서 등장이 가능했다.

지금도 여전히 일부 지자체는 학생인권조례 개정·폐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차라리 학교 구성원 인권 조례를 새로 만드는 것으로 타협을 보는 게 어떠한지 제안하고 싶다. 전북교육청은 2023년에 교권과 학생 인권을 함께 중시하는 교육인권증진기본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인데 좋은 사례로 참조할 만하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추락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확산한 시기와 교권이 추락하기 시작한 때가 거의 정확히 겹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다음달이면 새로운 교육감의 임기가 본격 시작한다. 학생 인권과 우리 아이에 대한 공감에만 기울어진 운동장의 반대쪽을 눌러야 할 때다. 그 방법은 물론 교권 회복과 교권 보호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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