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리 지연' 의견서 요청에…헌재 "제출 계획 없어"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8일, 오전 11:02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 뉴스1 이호윤 기자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사건 심리 지연 사유를 따져보겠다며 의견요청서를 보냈지만, 헌재는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가 보낸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접수했다.

다만 헌재는 법원의 의견 요청에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을 계획이다. 법원이 요청한 내부 심리자료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 데다, 법원은 헌법재판의 주체가 아니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 내부에서는 법원이 헌재의 심리 지연을 헌법 제107조 제2항상 '부작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은 것) 처분'으로 본 데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나 법원의 사법행위는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규정은 재판 계속 중 법원의 명령·규칙 심사권을 규정한 조항으로, 해당 재판에 '적용'될 것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법원이 사법 심사하겠다는 것은 현행 헌법상 권한분배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부연했다.

해당 조항이 재판에 적용되는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를 법원이 심사하는 근거일 뿐, 헌재의 심리 진행이나 결정 지연을 법원이 심사할 근거는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제가 된 A 씨 형사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것은 남북교류협력법 조항이지 헌재의 심리 지연 자체가 아닌 만큼, 이를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심사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헌재는 보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반드시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헌재법 제68조 제2항은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한 경우, 당사자가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헌바' 사건이다.

헌재법상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인 '헌가' 사건과 달리, 헌바 사건은 원칙적으로 법원 재판 절차가 반드시 정지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헌재는 장기 미제 사건 관리에는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장기 미제 사건을 시기별로 지속 관리하고 있으며, 재판부에서 심리 진행 속도와 우선순위 등을 논의해 미제 사건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성진 기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는 헌법 제107조 제2항을 근거로 헌재의 심리 지연이 '부작위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에 따라 피고인 A 씨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이 침해됐는지 심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과 영상자료 등 물품을 통일부 장관 허가 없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형사재판이다.

A 씨는 2022년 6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또 1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헌재에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소원 결과가 형사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재판을 대기했으나, 헌재는 해당 사건을 4년째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소원 사건 심사 진행 경과와 지연 사유 등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요청서에는 △심사 진행 단계 및 지연 사유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사이의 보고서·의견서 등 교환 심리 경과 △관계기관 의견조회 여부 △동일 쟁점으로 법원에서 대기 중인 사건 현황 파악 여부 등에 관한 질의가 담겼다.

서울중앙지법은 "모든 국가 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인해 피고인은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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