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자금세탁 조직 총책을 서울 중랑구 모처에서 검거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상품권 업체로 위장해 해외 피싱 조직의 범죄수익 35억 원을 세탁한 자금세탁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허위 상품권 사업자 계좌로 범죄수익을 받은 뒤 상품권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자금 출처를 숨기고, 이를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 조직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총책 A 씨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세탁 수수료로 챙긴 범죄수익 8억61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도 했다.
A 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허위 상품권 사업자 명의 계좌를 만들어 해외 피싱 조직의 범죄수익을 이체받은 뒤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되팔아 현금화한 뒤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 피싱 조직에 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 피싱 조직은 국내 피해자에게서 편취한 돈을 1차 계좌로 받은 뒤 이를 국내 자금세탁 조직이 만든 허위 상품권 사업자 명의 계좌로 옮겼다. A 씨 등은 상품권 매입 요청서와 구매 계약서 등을 준비해 실제 상품권 거래처럼 꾸민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계좌에 들어온 돈을 수표로 인출해 상품권을 샀고, 이를 되팔아 현금화했다. 경찰은 이들이 현금 인출 제한과 은행의 의심 거래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수표 인출과 상품권 거래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총책, 지시책, 인출 총괄, 인출팀장, 인출책 등 5단계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조직원들은 모두 20~30대로, 일부는 조직폭력배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세탁한 범죄수익의 15%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1%는 총책과 지시책 등 윗선에 돌아갔고, 나머지 4%는 인출 총괄 1%, 인출팀장 1%, 인출책 2%씩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주고받을 때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를 골라 접선했다. 서로 연락할 때도 텔레그램 문자와 통화만 사용했고, 연락 내역은 즉시 삭제했다.
조직원 검거 과정에서 발견된 현금 다발.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경찰은 지난해 11월 중순 송파·성남 일대에서 자금세탁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범행에 사용된 상품권 사업자 계좌를 특정해 분석하고,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통해 조직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인출팀장을 검거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26일 총책과 인출 총괄을 붙잡아 구속했다. 올해 1월 29일부터 2월 3일까지는 인출책 6명을 차례로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했고, 2월 11일에는 지시책 등 주요 조직원을 추가로 검거해 구속했다.
경찰은 수사 착수 약 3개월 만에 총책부터 인출책까지 국내 자금세탁 조직 전원을 검거했다. 조직적으로 운영되던 세탁 구조를 끊어 추가 범행을 차단하고, 해외 피싱 조직과 국내 세탁조직이 연결된 범행 구조도 확인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검거 현장에서 현금 5억9350만 원과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 2개 등을 압수했다. 또 이들이 세탁 수수료로 취득한 범죄수익 8억6100만 원 전액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를 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세탁조직에 범죄수익을 보낸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이계형 서울경찰청 피싱사기수사2계장은 "상품권 사업자 명의를 개설해 이체된 돈으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현금화하는 행위는 자금세탁 공범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해외 피싱 조직과 연계해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국내 자금세탁 조직에 대해서도 엄정한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