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과정에서 나온 거친 욕설이라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벌금 3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천시의 한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이었던 A 씨는 2022년 6월 생활문화센터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 씨에게 "어린 X의 XX가 어디서 건방지게" 등 욕설을 해 공연히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는 B 씨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려 하자 자격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 진행을 막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B 씨의 회장 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들과 B 씨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고, B 씨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입주민에게 반말하자 A 씨가 이를 제지하며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A 씨는 "회장도 아닌 XX가 회의를 진행하냐"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고소당했으나, 이후 공소사실은 "어린 X의 XX가 어디서 건방지게"라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변경된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한 것은 사실이나, B 씨는 변경 전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고소했을 뿐"이라며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선 친고죄의 고소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고죄는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기소해 형사 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1·2심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A 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3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고, 2심도 "변경 전후 공소사실은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변경 후 공소사실에 고소의 효력이 미친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A 씨의 발언이 형법상 모욕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법리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모욕죄가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외부적 명예'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기분이 나빴는지 등이 아니라 당사자 관계, 발언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춰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에 대해 "피해자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시적인 감정 표출에 해당하는 표현에 모욕죄의 잣대를 들이대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