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진압 거부한 베네수엘라 육상선수…韓법원 "난민 인정"

사회

뉴스1,

2026년 6월 18일, 오후 04:04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뉴스1

반정부 시위 진압을 거부했다가 장기간 감금·가혹행위를 당한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이 한국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A 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해온 부모 밑에서 자라 대학 입학 후 학생회와 야당에 가입해 반정부 시위를 조작하고 참여했다.

어릴 적부터 달리기에 소질이 있던 A 씨는 육상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해군사관학교에 등록했지만, 시위 진압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를 거부한 A 씨는 반정부 활동 이력과 정치적 성향을 등을 이유로 장기간 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다.

A 씨는 같은 학교에서 간부로 복무 중이던 어릴 적 친구의 도움으로 추격을 피해 도주했고, 코로나19 확산 시기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한국에 들어와 난민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이런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A 씨가 귀국할 경우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베네수엘라의 정치·사법 상황도 상세히 언급했다. 특히 친정부 성향 대법관 증원 등으로 사법부 독립성이 약화했고,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보고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집권당에 의해 장악돼 행정부의 부속기관이 됐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어 "2014~2023년 해외로 이주한 베네수엘라 난민은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인 770만 명에 이른다"며 "대부분 정치적 박해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망명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 씨 진술이 일시·장소·인물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고, 베네수엘라의 국가 상황과도 부합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반정부 활동에 동조하는 정치적 성향의 국민들에 대해 초헌법적·반인권적 탄압이 가해져 왔고, 앞으로도 박해가 가해질 것을 예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 베네수엘라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적 성향을 가진 A 씨가 본국의 국가기관으로부터 실효성 있는 보호를 받거나 사법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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