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영운 기자
1심이 직접 증인신문을 거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면, 2심이 추가 증거조사 없이 그 판단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명백한 잘못이 없는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을 바꾸려면 2심에서 추가 증거조사를 거친 뒤 신중하게 다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6년 5월 대학 동창인 B 씨에게 전화해 '원금 보장과 고정이율 수익금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해 주겠다'고 속인 뒤 2020년 7월까지 8회에 걸쳐 총 1억33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 씨가 돈을 받더라도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1심은 투자 경위와 계약서 미작성, 수익금 지급 내역 등을 고려해 "A 씨가 B 씨를 기망했다거나, 수익금 등을 지급할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A 씨가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생활비와 채무상환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봤다. A 씨와 피해자가 투자금이 특정 사모펀드에 투자된 걸 전제로 대화를 나눈 점 등도 유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관한 1심 판단을 뒤집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2심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1억3300만 원을 약 4년간 8회에 걸쳐 송금하면서 피해자 명의의 사모펀드 가입증명서나 계약서 등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A 씨에게 이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며 "투자금을 사모펀드 회사 계좌가 아닌 A 씨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투자 이전에 모친 명의로 투자계약서를 받고 직접 투자한 회사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한 경험도 있었던 점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사실인정에 이르는 1심 논증이 논리와 경험 법칙에 어긋나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심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는 등 추가 증거조사를 거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 항소심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