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A씨는 2016년 대학동창인 피해자 B씨에게 연락해 원금보장과 고정 이율 수익금이 보장된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개인채무 변제 및 생활비에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당시 A씨는 개인채무도 2억원가량 있었다. A씨는 그럼에도 피해자를 기망해 총 8회에 걸쳐 1억3300만원을 송금받았다.
쟁점은 A씨가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증명됐는지 여부였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 명의의 사모펀드 가입증서나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송금할 당시에는 계약서 작성 등을 요청하지 않다가 2022년경에 이르러서야 A씨에게 계약서를 요구한 점 △투자금이 사모펀드 회사가 아닌 A씨 개인 계좌로 송금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B씨에게 원금보장과 고정이율 수익금이 보장되는 사모펀드에 가입해주겠다고 말해 기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반면 2심은 유죄를 선고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진술, 카카오톡 대화 내용, 거래 내역을 토대로 A씨가 B씨를 기망해 자금을 편취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과 동일한 증거관계에서도 B씨 진술이 일관되고, A씨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으며, A씨가 B씨가 이체한 금액에 대한 확정이율에 따른 수익금을 매월 지급하고 투자금이 사모펀드에 투자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를 나눈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1심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항소심이 이를 뒤집으려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증인신문에서 진술 태도를 직접 관찰한 1심 판단을 항소심이 함부로 뒤집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투자금 1억3000만원을 4년간 8회에 걸쳐 송금하면서도 사모펀드 가입증명서나 계약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요청하지도 않았으며, 투자금도 사모펀드가 아닌 김씨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이 사건 투자 이전에 피해자 모친 이름으로 투자계약서를 받고 직접 투자한 회사의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한 경험도 있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곧바로 이를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다음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공판기일을 1회 만에 종결한 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1심 판단을 뒤집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 항소심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