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추격하는 '삼적닉스' 열풍…대학가에도 반도체 쏠림 우려

사회

뉴스1,

2026년 6월 23일, 오전 06:30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6.4.28 © 뉴스1 구윤성 기자

"대학교 1학년 때 전과를 했는데, 그때로 돌아가면 (반도체 관련 학과를) 갈 수 있으면 갈 것 같아요. 돈 많이 번다 하잖아요."

반도체와 무관한 공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유 모 씨(25·남)는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억대 연봉, 취업 보장 등 얘기를 들으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부럽긴 하다. 주변에서도 만나면 하이닉스 얘기를 많이들 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는 전자전기공학, 시스템 반도체 공학 등 반도체 관련 학과에 대한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일고 있다. 주식 투자를 넘어 취업 분야에서도 '반도체 선호 현상'이 커지는 셈이다.

반도체 선호 현상은 이미 대학 입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21일 종로학원 발표에 따르면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대입 정시 합격 점수가 서울대 자연계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정시 합격점수(백분위 기준)는 평균 96.2점으로 △경인권 의대(99.0점) △서울권 의대(98.8점) △지방권 의대에 이은 4위 수준이었다. 서울대 자연계열(95.8점)보다 높은 수치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있는 한 수도권 대학에 20학번으로 재학 중인 A 씨는 "미래 먹거리 산업 아닌가.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라 반도체는 계속 갈 거 같다"며 "반수해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갈까 고민하는 케이스도 봤다"고 설명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개발자로 재직 중인 송 모 씨(28·여)는 "저희 때는 컴공(컴퓨터공학)이 고점이었어서 문과에서도서도 부트캠프를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신입 개발자 채용 문이 많이 줄었고 반대로 지금은 반도체가 고점이 된 것 같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의치(의대·치대)는 못 꺾을 것 같긴 하다"고 했다.

서울 소재 자연대 대학원생으로 재학 중인 신 모 씨(27·여)는 "과학 연구의 꿈을 쫓아 대학원에 왔는데 박사를 해봤자 반도체 생산직만 못하다"며 "선택을 조금 후회 중이다. 반도체학과 갈 걸 생각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있는 한 수도권 대학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반도체 사람 많다고 샛길 간 사람들은 지금 다 억울해 한다', '반수해서 반도체 계약학과랑 약대 중 어딜 가야하나', '계약학과는 저점 아닌가. 지금이라도 반수해서 옮길까'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중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휴대폰학과와 같이 첨단 산업에 편승하는 학과가 일시적 유행에 그쳤기에 반도체 관련 학과 유행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활동하는 시기는 최소 4년에서 대개 5~6년 정도 되는데 그때도 지금과 똑같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시류를 너무 따라가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변동이 온다면 계약학과는 '전이'가 어려울 수 있다. 특정 전공으로 못 갈 경우 다른 곳으로 갈 옵션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직업은 20년을 내다봐야 하므로 길게 보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도 "(반도체 관련 학과 편중은) 의대 편중 현상과 마찬가지"라며 "(학생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갈 만한 분야지만 시류에 편승하기보단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굴뚝 공장 형태의 산업은 10년이면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기에 두뇌 산업을 해야 한다"며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패권을 위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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