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호 공급의 그림자…전월세시장 흔드는 정비사업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3일, 오후 01:27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확대가 전월세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규모 이주 수요는 늘고 신규 주택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정책이 오히려 임대차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경실련에서 열린 아파트·비아파트 전월세시장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경실련은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5년 동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서울에서 5만4000가구 규모의 기존 주택이 멸실됐다”고 밝혔다. 단체는 관리처분인가 이후 기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만큼 정비사업 확대가 전월세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는 기존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한다.

이주현 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는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정비사업으로 공급된 주택은 31만호지만 같은 기간 멸실된 주택도 26만호에 달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언한 대로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할 경우 연평균 5만2000가구의 추가 이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5만 가구가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전월세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며 “오세훈발 전월세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주택 공급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1년 6만호에서 2025년 3만2000호로 46% 감소했다.

◇아파트 전세 1년 새 5000만원↑… 비아파트는 월세화 가속

전월세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2025년 4월 6억4000만원에서 2026년 4월 6억9000만원으로 1년 만에 5000만원(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월세보증금은 2억7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으로 8%, 월세는 153만원에서 166만원으로 각각 9% 올랐다.

임차인의 주거 이동도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신규 계약 비중은 2024년 1분기 64%에서 2026년 1분기 52%로 낮아졌다. 반면 갱신 계약 비중은 29%에서 45%로 높아졌다.

경실련은 전세대출 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로 이사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임차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로 집중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 비아파트 전세 계약 비중은 2019년 55%에서 2025년 27%로 2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73%로 확대됐다.

전용면적 40㎡ 기준 전세보증금은 2019년 1억6000만원에서 2025년 2억1000만원으로 32% 상승했다. 월세보증금과 월세도 각각 56%, 36% 올랐다.

경실련은 정부가 추진 중인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 비주택 리모델링, 정비사업 지원 정책 역시 전월세시장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매입임대주택 확보에 약 21조원을 투입했다. 또 2022~2024년 서울 비아파트 준공 물량 4만2000호 가운데 신축약정매입 비중은 46%에 달했다.

경실련은 △저층주거지 주거환경 개선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 철회 및 전세대출·전세보증 제도 정상화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 △장기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 확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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