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SCI 논문 게재 쾌거를 거둔 서울과학고 김태일 교장(왼쪽부터), 권용준 물리교사, 배이진·장근영 학생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 역사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논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2026.6.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의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분들 몫까지 더 충실하게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과학고 졸업생들이 대학원 수준의 블랙홀 연구로 국제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 연구실이나 외부 연구기관 도움 없이 학교 연구 프로그램만으로 이뤄낸 성과로 학생들은 의대 대신 기초과학 연구자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밝혔다.
23일 서울과학고에서 만난 졸업생 배이진 군(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19)과 장근영 군(서울대 물리천문학부·20)이 주인공이다.
대학원생 수준 연구 이끈 학생들…"학교 교육과정 덕분"
연구를 지도한 권용준 교사는 "고에너지 이론물리 분야에서 고등학생이 SCI급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연구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블랙홀의 열역학 제1법칙과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 관계를 다룬 연구다. 블랙홀은 사건지평선이라 불리는 경계를 갖는데, 회전하거나 전하를 띠는 일부 블랙홀은 지평선이 두 개 이상 존재한다. 기존 연구들은 부피를 고려한 외부 사건지평선 변화만 고려했기에 이러한 다중 지평선 블랙홀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제약 조건을 가정해서 블랙홀이 열역학 1법칙에 해당된다고 유도했다.
연구진은 내부 및 외부 지평선 정보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엔트로피(무질서도) 변화 개념을 도입해 추가 제약 조건 없이도 블랙홀 열역학 제1법칙을 유도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권 교사는 "학생들이 연구 과정에서 수강한 일반상대성이론 특강은 사실상 대학원 수준 과목"이라며 "일반상대성이론이나 중력 이론을 전공하려는 대학원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논문은 물리학 분야의 권위 있는 SCI 국제 학술지인 국제 현대 물리학 저널 D(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게재됐다. 권 교사는 "대학교들은 이미 논문 검색 사이트에 등록된 경우가 많은데 고등학교는 목록에조차 없었다"며 "고등학생들이 입자 이론 물리 분야 쪽에서 성과를 거둔다는 거는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부연했다.
국제 SCI 논문 게재 쾌거를 거둔 서울과학고 배이진(왼쪽)·장근영 학생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 역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논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작성한 '장방정식에서 도출한 제약 조건 없는 블랙홀 열역학 정식화' 논문이 물리학 분야의 권위 있는 SCI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게재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2026.6.23 © 뉴스1 오대일 기자
학생들은 이번 연구는 서울과학고의 연구 중심 교육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2학년 때 학교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주제를 접한 뒤 3학년 졸업연구로 발전시켰다. 연구는 약 2년간 이어졌으며 논문 작성 이후에도 대학 진학 후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최종 게재에 성공했다.
배 군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입시를 앞둔 고3 시기에 논문 작업을 병행했다. 장 군은 "연구를 통해 이론물리 연구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며 "물리학과 진학을 결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기초과학 분야 인재 양성 중요…모든 과학기술 출발점"
무엇보다 기초과학 분야인 물리학도를 배출해 냈다는 점에서도 이번 성과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권 교사는 "기초과학은 모든 과학기술의 출발점"이라며 "이런 연구가 쌓여 반도체와 정보기술, 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두 학생은 의대 진학과 관련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장 군은 최근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의대 진학 논란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의대를 고민한 적은 없다"고 했으며 배 군은 "그 분들 몫까지 더 충실하게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겠다"고 답했다.
김태일 서울과학고 교장은 영재학교 학생들이 대부분 의대를 선호한다는 인식에도 선을 그었다. 김 교장은 "서울과학고는 한 학년 120~130명 규모인데 의학계열 진학자는 매년 10명 남짓"이라며 "국제수학올림피아드나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수상자들도 대부분 자신의 전공 분야로 진학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재학교는 졸업을 위해 연구 학점을 이수해야 할 정도로 연구 활동 비중이 높다"며 "매주 수요일 오후를 연구 활동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번 성과 역시 학교 내부 연구 시스템과 교육과정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cho@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