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6.23 © 뉴스1 허경 기자
돈을 받고 남의 집 현관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는 이른바 '사적 보복대행'은 개인정보 탈취부터 현장 실행, 자금 은닉, 해외 도피까지 얽힌 조직적 범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에 나섰다.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공개한 경찰청 보고 내용에 따르면 사적 보복대행 범죄는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에서 모두 87건 발생했다. 피해자는 128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 중 80건을 해결하고 피의자 65명을 검거했다. 구속된 피의자는 23명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청 보고 내용을 공유하며 "혹여라도 보복대행 이런 거 절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구속까지 되는 중대범죄입니다"라고 밝혔다.경찰은 미검거 상선과 범행 의뢰자를 계속 추적해 엄벌한다는 방침이다.
돈 받고 대신 보복…텔레그램 의뢰·개인정보 탈취
사적 보복대행은 의뢰인이 지목한 상대에게 제3자가 찾아가 오물 투척, 래커칠, 협박성 문구 부착 등 해코지하는 범죄를 말한다.범행은 주로 피해자의 주거지나 사업장 출입문 주변에서 이뤄졌다. 실행자는 범행 뒤 현장 사진을 찍어 의뢰자나 운영자에게 보내고 대가를 받는다.
경찰 수사에서는 텔레그램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의뢰와 실행자 모집 정황이 확인됐다.
운영자나 총책이 보복 의뢰를 받은 뒤 실행자를 모집하고, 피해자의 주소 등 정보를 전달하면 실행자가 현장에 나가 범행하는 구조다. 실행자는 범행 장소에 도착한 뒤 현관문이나 출입구 주변을 훼손하고, 이를 촬영해 보고하는 방식으로 범행 완료를 확인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복대행 범죄는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있어야 실행될 수 있다. 경찰청 보고에는 배달 대행업체에 위장 취업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사례도 포함됐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복범죄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뿐 아니라 주거지가 노출됐다는 불안과 추가 보복 가능성까지 떠안게 된다. 경찰은 개인정보 탈취 경로와 보복대행 조직 간 연계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2022.6.20 © 뉴스1 박세연 기자
총책·행동대원·자금관리책까지…분업형 중대범죄
이번 수사에서는 현장 실행자뿐 아니라 핵심 가담자들도 검거됐다.경찰은 행동대원 외에도 배달 대행업체에 위장 취업해 개인정보를 빼낸 유출책, 가상자산으로 범행자금을 은닉·지급한 관리책, 범행 직후 베트남으로 도피한 총책 등을 붙잡았다.
일부 사건에서는 범행 대가가 가상자산 등으로 오간 정황도 확인됐다. 이는 보복대행 범죄가 의뢰, 개인정보 확보, 현장 실행, 자금 관리 등으로 역할이 나뉜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찰은 이 같은 구조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분업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의뢰자와 실행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자금도 가상자산 등을 통해 오가면 범행 가담자의 신원을 숨기기 쉽기 때문이다.
보복대행은 단순 장난이나 민사상 분쟁으로 보기 어렵다.피해자 주거지에 찾아간 경우 주거침입 혐의, 현관문이나 벽면을 훼손하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주는 문구나 행위가 있었다면 협박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제공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돈을 주고 보복범행을 의뢰한 사람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범행 대상과 방식, 대가 지급을 정해 전달했다면 실제 현장에 가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의뢰자·상선 추적도 계속
경찰의 집중 수사 이후 발생 건수는 줄어드는 흐름이다.경찰청 보고에 따르면 보복대행 범죄는 1~3월 62건 발생했으나 4~6월에는 19건으로 감소했다. 6월 11일 이후에는 추가 발생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경찰은 남은 7건도 계속 추적하는 한편, 미검거 상선과 범행 의뢰자를 검거해 엄벌할 계획이다.
경찰은 온라인 모집 채널과 자금 흐름,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함께 추적해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유사한 방식의 범행이 다른 온라인 채널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의뢰자 모집 게시물과 실행자 모집 정황에 대한 감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적 보복대행 범죄가 일선서에 접수되면 도경을 거쳐 즉시 본청에 보고된다"며 "내부에서도 중대범죄로 판단하고 실행자뿐만 아니라 의뢰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yhm9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