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로 다리 절단" 요양병원 논란에 현직 의사 "환자 외면하지 않은 것"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후 04:51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인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가 요양병원 병실에서 절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현직 의사가 “의료진이 환자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람 다리 발견된 인천 생활자원회수센터.(사진=연합뉴스)
사람 다리 발견된 인천 생활자원회수센터.(사진=연합뉴스)
의사 겸 작가인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역시 믿기 어려웠다”며 “요양병원 병실에서, 그것도 메스가 아닌 가위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는 재활용품 선별 작업 도중 붕대에 감긴 사람의 왼쪽 다리 일부가 발견됐다.

경찰은 강력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지난 17일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가 “병원에서 나온 신체 일부가 잘못 분류돼 배출된 것 같다”며 자진 신고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다리의 주인은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9세 여성 환자였다. 환자는 심장 기능 저하로 인해 다리 괴사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으며 이전에 입원했던 대형병원에서 추가 치료가 어렵다는 판단을 받은 뒤 퇴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가족들은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고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측은 입원 이후 괴사가 더욱 악화되자 지난 8일 병실에서 절단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무릎 부위가 이미 상당 부분 분리된 상태였고 남아 있던 조직을 가위로 절단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과장은 이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이 정도 괴사가 진행되면 종합병원 이상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절단 수술을 시행한다”며 “고령에 심장 기능까지 크게 떨어진 환자의 경우 수술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수술하는 의사도 망설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자를 대학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받아 줄 리 만무하고 가족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환자를 받아 주겠다는 요양병원이 최후의 선택지였을 거라는 게 양 과장의 추측이다.

양 과장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감염과 패혈증 위험이 커지고 수술을 하자니 환자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 있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지 앞에 놓였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해당 사건 수사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요양병원 병실에서 이뤄진 절단 행위가 의료법상 적법했는지 여부와 절단된 신체 일부가 의료폐기물로 적정하게 처리되지 않은 경위다.

양 과장은 이번 사건의 법적 책임 여부와 의료 현실에 대한 논의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폐기물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단순히 병원의 일탈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중증 고령 환자를 감당할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 자문을 받아 의료법 위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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