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형사사법포럼에서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박 본부장은 “중수청법 제2조가 ‘중대범죄’를 정의하면서 어떤 특성·속성을 가진 범죄를 중대범죄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죄명만 단순 나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대성의 의미와 기준이 없다 보니 예컨대 사기·공갈, 횡령·배임 등 형법 제39장·40장의 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등 해당 법률상 모든 범죄가 일률적으로 ‘중대범죄’로 분류된다. 즉 행정법범의 성격을 가진 경미한 범죄까지 중대범죄에 포함되는 셈이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영국 국가범죄수사청(NCA)의 근거법률은 ‘조직범죄 및 중한 범죄’를 관할범죄로 규정하고,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법은 ‘주를 초월하는 범죄, 국제적 범죄 또는 현저한 중요성을 가지는 범죄’라는 기준을 먼저 명시한 뒤 관할범죄를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준 없이 죄명만 열거한 우리 중수청법과는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가능한 한 다른 기관과의 수사권 중복·경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대범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본부장은 중수청법상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죄명으로 검찰이 처리한 인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체 사건 처리 인원 대비 중대범죄 처리 인원이 약 20~30%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다른 수사기관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할 사건이 연간 수십만 건(인원 기준 연 30만명 이상)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정 공휴일·주말을 제외한 근무일을 250일로 보면 매일 평균 1200건씩 통보받는 셈이어서 중수청이 이첩요청 여부를 판단하는 데만 상당한 행정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현행 중수청법 제43조는 수사권 중복·경합 시 해결 기준을 규정하고 있지만 박 본부장은 이 조항만으로는 현실의 충돌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선 사기·공갈, 횡령·배임 등 형법 제39장·40장의 죄, 직권남용을 제외한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 등은 중수청과 경찰국가수사본부 모두 수사할 수 있어 중복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자본시장법 위반의 경우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리도 수사권을 가져 3중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관계에서도 공통으로 해당하는 죄명이 적지 않아 고위공직자가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 양 기관이 동시에 수사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수청의 수사 독립성 보장 장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 9인 중 6인이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위촉 대상이고, 수사관 근무성적 평정권자도 행안부 장관이다. 행안부 산하의 인사위원회·적격심사위원회도 위원 과반수가 행정부 영향권 인사로 구성된다.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 전체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박 본부장은 “국수본의 경우 행안부 장관의 수사 지휘·감독권을 인정하지 않는데 중수청에는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치검사 문제를 정치경찰 문제로 치환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수사·기소 분리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경찰 수사 진행 단계에서의 검사·경찰 협력 강화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수사준칙 제7조는 ‘중요사건 협력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조기조언이 요구되는 범죄 범위가 영국에 비해 좁고 절차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사망 사건, 강간 등 중한 성범죄, 대규모 사기 등 다양한 사건 유형에서 경찰이 수사 진행 중 검찰에 ‘조기조언(early advice)’을 구하도록 상세히 규율하고 있고 전자사건시스템을 통해 28일 이내 처리하는 절차도 갖추고 있다.
박 본부장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1차 수사종결 후 통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부실수사·수사 지연의 구조화를 막기 어렵다”며 “향후 형사소송법 등 개정 시 조기조언이 필요한 범죄군을 확대하고 구체적인 방법·절차를 현재보다 상세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