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제11회 형사사법포럼에서 장준호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장 지청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에 이어 중수청까지 출범하면 다수 수사기관 간 관할과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문제가 형사사법의 핵심 과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공수처·검찰·경찰 간에 이첩, 재이첩, 유보부이첩, 보완수사요구 거부 등으로 사건이 표류하는 사례가 현실화됐는데 중수청까지 더해지면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현행 중수청법은 중수청에 일응 우선적 관할권을 인정하는 듯한 규정을 두면서도, 공수처와 관할이 중복되는 사건에서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지청장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공수처와 중수청이 중복 수사하고 상호 배치되는 결정을 해 검사에게 송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한쪽 수사기관의 수사 결론과 상반될 수밖에 없어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또 공수처와 중수청이 수사하기 꺼리는 사건을 경찰에 일방적으로 이첩할 경우 경찰에 대한 ‘사건 미루기’ 또는 ‘사건 편식’의 도구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사기관 간 권한 배분과 우선순위, 중복 수사 해결 방안을 형사소송법 같은 단일한 절차법에서 일관되게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지청장은 수사·기소 분리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지면 송치사건에 대한 증거보강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지만 검사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공소유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양측의 입증 기준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이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송치했는데 기록만 본 검사가 과도한 입증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고 보완수사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거나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교착상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공수처·중수청의 송치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장 지청장은 “공수처는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 사법경찰관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것이고 중수청도 공소청과의 협력의무 규정조차 없어 마찬가지 상황이 예상된다”며 “중요사건에서 수사기관과 검사의 결론이 엇갈리는 사태가 반복되면 형사사법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장 지청장은 검찰청법 폐지로 간과되고 있는 문제로 경찰 직무범죄에 대한 검사의 포괄적 수사권 폐지를 꼽았다. 검사가 경찰 직무범죄를 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이 송치한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리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앞으로 이 구조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는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간부에 대한 수사권만 가진 공수처나 경찰의 송치사건 기록을 전혀 볼 기회가 없는 중수청이 지역 토착비리 성격이 강한 일선 경찰서의 직무범죄를 적발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 지청장은 “경찰권한이 어느 때보다 확대된 상황에서 가장 큰 견제 장치인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는 것은 일선 경찰에게 ‘감시망이 사라졌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지청장은 무고·위증 등 사법질서 저해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위증 수사는 증인신문 과정 전반을 파악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수사로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사가 수행해왔는데, 검사의 수사권이 없어지면 이를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무고·위증 수사권이 박탈됐을 때 관련 인지 건수가 상당 부분 감소했다가 2022년 시행령 개정으로 복원된 뒤 다시 회복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도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전체 특사경의 82%가 경력 3년 미만이고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현실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가 사라지면 업무 미숙으로 인한 비효율과 혼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특사경이 사건을 무마해 암장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장치가 없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장 지청장은 이 같은 우려에도 향후 공소청 검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도 내놨다. 그는 “검사는 수사 최종책임자라는 정체성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수사기관의 오류나 권한 남용을 제어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송치된 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보완을 요구하고, 공소유지가 어려운 사건은 불기소해 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기소한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공소청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지청장은 “수사기관 간 명확한 역할 분담과 상호 소통·협의를 통해 문제를 최소화해 나가야 하며 이번 포럼이 그러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