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프랑스 파리 OECD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OECD NEA 제2차 원자력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2024.9.19 © 뉴스1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팹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서남권을 '펌파워 벨트'로 키워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펌파워는 날씨와 계절, 전력망 불안정에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뜻한다.
이 차관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팹"이라며 "이들 데이터센터와 팹을 구동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펌파워"라고 밝혔다.
이 차관이 설명하는 펌파워는 '날씨, 계절, 예기치 못한 전력망 불안정 등 그 어떤 조건 속에서도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기저전력'이다. 일반적으로는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도 끊기지 않고 쓸 수 있는 고품질 전력, 즉 AI 서버와 반도체 공장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전력 기반을 뜻한다.
이 차관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존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간헐성 자원이라는 약점이 있었다"면서도 "최근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차관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인용해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고도화된 전력망 운영기술이 결합하면서 재생에너지가 펌파워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태양광과 ESS가 결합한 시스템 단가도 급격히 하락해 태양광+ESS 복합 발전 비용이 2025년 ㎿h당 54~82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과 ESS 결합 발전 비용이 중국 석탄 발전 ㎿h당 70~85달러, 글로벌 가스발전 ㎿h당 100달러보다 낮아지는 '골든크로스'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가 ESS와 전력망 운영기술을 만나 24시간 안정 전력원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취지다.
서남해권은 이런 구상의 핵심 지역으로 거론됐다. 이 차관은 "우리나라 서남해권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한빛원전 1~6호기까지 포진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역 내 전력수요가 낮아 과잉 생산된 전력이 다른 지역으로 충분히 송전되지 못하고 출력제어로 버려지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출력제어는 전력 생산이 수요나 송전 능력을 넘을 때 발전량을 줄이는 조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도 전력망이나 수요처가 받쳐주지 못하면 실제 전기로 쓰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이 차관은 해법으로 '지산지소형 전력망'을 제시했다.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는 구조다. 그는 "서남해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ESS, 전력망 운영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하면 첨단전략산업이 요구하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펌파워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구상은 광주·전남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반도체 후공정과 AI 데이터센터 유치 논의와도 맞물린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은 전력 사용량이 크고, 전력 품질과 공급 안정성도 중요하다. 단순히 발전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발전원과 ESS, 전력망, 수요처 입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차관은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도 사실상 전력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에너지 지배를 넘어 에너지 풍요를 새 모토로 내세웠다"며 "태양광, 풍력, ESS, 전기차 글로벌 지배력을 토대로 전기국가 시대에 가장 먼저 진입하고 있는 중국 역시 전력 공급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3~4년이 전력 공급 능력을 최대한 확충해야 하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원전은 건설에 10년 이상, 가스발전도 최소 5년 이상 걸리지만, 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차관은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달성 목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3~4년 이내에 15GW 이상의 전력 공급 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대안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100GW는 발전 효율을 보수적으로 15%만 잡아도 연평균 15GW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원전 10기 이상과 맞먹는 전력 공급능력"이라고 했다.
다만 100GW에 이용률 15%를 적용한 15GW는 연평균 출력 개념이다. 이를 실제 펌파워로 활용하려면 ESS 확충, 전력망 보강, 출력제어 완화, 전력시장 제도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
이 차관은 서남권 펌파워 벨트를 원전 중심의 동남권 펌파워 벨트, 화력발전 중심의 충청권 펌파워 벨트와 함께 한국 펌파워 체계의 3대 축으로 제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원전+ESS+지산지소형 전력망이 결합한 서남권 펌파워 벨트는 원전 중심의 동남권 펌파워 벨트, 화력발전 중심의 충청권 펌파워 벨트와 더불어 우리나라 펌파워 벨트의 3대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대규모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이 벨트의 구축 속도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며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주도권을 더욱 확실하게 쥐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전기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열쇠가 바로 서남권 펌파워 벨트에 달려 있다"고 했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