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보완수사 폐지 가닥에 법무·검찰 '허탈'…"정치가 형사사법 흔들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8일, 오전 11:27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최종 입장으로 공식화하면서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선 허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예외적 보완수사’ 가능성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충분한 제도 검토보다 정치 일정에 따라 결정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리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별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지 않고 국회 논의를 존중하기로 하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와 제도 설계는 국회 논의에 맡겨지게 됐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제한적인 보완수사권 존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 대통령도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이번 총리 발표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사실상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로 정리됐다는 평가다.

정부 발표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 수장인 정성호 장관과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검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정 수준·범위에서 보완수사는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검찰이 1차 수사에 아무런 보완도 하지 못하면 피해자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보름 만에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최종 방침으로 정하면서 법무부 내부에서는 사실상 정책적 판단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오롯이 무게추가 실린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의 당권 경쟁 과정에서 검찰개혁이 ‘선명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형사사법제도는 정치 일정에 맞춰 설계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치적 메시지가 제도 완성도보다 앞서는 것처럼 비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밖 법조계 전반에서도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를 비롯한 위원 8명도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하고 보완수사 요구만 허용하는 방안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보완 장치 없이 개정안이 확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사실상 그대로 기소할 수밖에 없어 무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진정한 목표가 수사·기소·공소유지의 정권 종속화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법조계 시선은 보완수사권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이냐는 데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공소청이 기소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도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또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나 구속 사건에서는 피해자 권리 구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당시 구속기간 연장과 사건 이첩 과정에서 혼선을 겪은 전례에 비춰보면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연간 150만 건이 넘는 형사사건에 영향을 미칠 공소청 체제에서도 이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피해자 보호와 공소청의 보완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지도 여전히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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