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종로 약국에서 사면 1만 4000원인데 1만 1000원에 드릴게요.”
지난 26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 일본산 의약품을 매대 가득 쌓아놓고 팔던 상인은 정식 수입품보다 싸게 주겠다며 구매를 권했다. 마트 내부는 화려한 포장과 생소한 일본 의약품에 호기심을 보이며 몰려드는 아이들과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동시에 묘한 경계심도 감돌았다. 가게 곳곳에 ‘사진 촬영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인 A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무작정 사진을 찍어대서 골치가 아프다”며 “사무실에서도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 전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이처럼 촬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의약품 판매 행위가 불법이어서다. 현행 약사법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구청장 허가를 받은 한약업사나 의약품 도매상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전통시장이나 수입상가의 일반 상인들이 파스나 소화제 같은 의약품을 유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에서 일본산 의약품이 불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사진= 김태섭 수습기자)
28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3일 서울시 및 서울지방식약청과 함께 서울 남대문시장 일대에서 대대적인 합동 단속을 벌여 불법 유통 행위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B씨는 “3일 전쯤 단속으로 시장 전체가 난리가 났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상당수 상점들은 로이히츠보코(이른바 ‘동전파스’)·샤론파스, 무히패치(이른바 ‘호빵맨 모기패치’), 오타이산(소화제) 등 유명 일본산 의약품을 계산대 안쪽이나 매대 뒤편에 비치해 두고 판매를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현장 판매 가격은 일본 직구 사이트 등 정식 유통 경로보다 더 비싸게 책정했다.
단속 직후 매대에서 일본산 의약품은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였지만 일시적인 눈속임에 가까웠다. 취재진이 특정 의약품의 이름을 거론하자 상인은 주변을 살핀 후 매대 안쪽 깊숙한 곳이나 의자 뒤편 가방에서 제품을 꺼내왔다. 특히 국내 반입이 전면 금지된 의약품까지 철저히 은폐된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유명 일본산 진통제 ‘이브’(EVE)를 찾으니 C씨는 매장 밖 상자에 채워진 육포 더미를 헤집고 그 아래 숨겨뒀던 제품을 보여줬다.
그는 “단속이 심해 절대 꺼내놓고 팔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선 마약류 성분이 있다고 해서 반입 금지가 됐다. 잘 팔리는 제품이다 보니 제약회사들이 견제한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진통제 이브는 성분 중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AIAU)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 국내 반입을 전면 금지한 상황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모든 의약품은 정식적인 유통 경로를 거쳐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유통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특히 국내반입을 금지한 향정신성의약품이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남대문시장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에 대한 기획 단속을 확대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