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웨딩홀 암행투어` 유행…"고육지책 vs 민폐" 갑론을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전 06:03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정모(31) 씨는 지난 3월 네 차례 소위 ‘암행투어’를 다녀왔다. 정씨는 “인기 예식장은 상담 예약을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올라온 후기글만 보고 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직접 발품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식장은 상담 당일에 계약하면 식대 할인 등의 혜택이 있어 미리 암행투어를 다니고 마음에 드는 예식장의 상담을 잡아 바로 계약하는 것이 요즘 문화”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게티이미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암행투어가 유행하고 있다. 암행투어는 예비부부가 예식장을 계약하기 전 관계가 없는 사람의 결혼식 현장을 몰래 찾아 예식장 분위기와 식사, 주차 환경 등을 직접 확인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암행투어를 다니는 예비부부들은 ‘웨딩업계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다만 암행투어를 하는 일부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도 있어 ‘암행투어 자체가 민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결혼 서비스 가격 조사’를 보면 2월 전국 평균 결혼 비용은 213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약 1년간 평균(2074만원)을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가을부터 다소 진정되다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혼 비용은 예식장 계약금과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이른바 ‘스드메’ 패키지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비용 부담은 암행투어가 확산한 배경이 됐다. 비싼 비용을 지불함에도 결혼식이 실제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최모(32) 씨는 “인기가 많은 예식장이고 후기도 상당히 많아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을 했다”며 “결혼식 당일 로비가 상당히 혼잡했고 주차에 불편을 겪었다는 하객들도 있어 암행투어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3년차 웨딩플래너 이모(34) 씨는 “불안해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이따금 암행투어를 권유하기도 한다”면서 “다만 예식 당사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복장 등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암행투어 관련 게시물.(사진=인스타그램, 스레드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암행투어 관련 게시물.(사진=인스타그램, 스레드 캡처)
암행투어를 도는 예비부부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탓에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24년 1월 결혼한 안모(34) 씨는 결혼식을 마친 직후 가족과 하객들로부터 ‘분홍색 운동복을 입고 참석한 하객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뒤늦게 결혼식 사진과 영상 등을 확인한 안씨는 이들이 암행투어를 위해 식장을 찾은 예비부부임을 알게 됐다.

그는 “그 사람들은 축의금으로 2만원을 내고 식권을 챙겨 밥까지 먹고 갔다”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내 결혼식에 와서 구경하고 결혼식 사진을 찍어 후기로 올린 것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암행투어를 둘러싼 예비부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김모(36) 씨는 “우리 결혼식에도 그런 사람들이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면서도 일견 이해도 된다”며 “웨딩홀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궁금해도 본식 두 달 전에야 먹어볼 수 있다. 웨딩업계가 워낙 리뷰 작업이 심하다 보니 분별력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딩업계의 횡포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암행투어 유행을 웨딩 시장의 정보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웨딩업계는 서비스 가격 자체가 투명하지 않고 상품 구성도 복잡하다”며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신뢰도는 오히려 낮아지다보니 의구심을 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발품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 없는 소비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MZ세대의 특성이 웨딩업계의 폐쇄적인 정보 비대칭 구조와 맞물려 탄생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암행투어는 공연 전 리허설 또는 미스터리 쇼핑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며 “예식장 측이 계약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안내해 신뢰를 준다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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