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팀은 가톨릭대 심진아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성 암 환자 가족 200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담(재정 독성)과 사회적 관계망이 보호자의 삶의 질(HRQoL), 불안·우울, 주관적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항암 치료 기술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의 경제적·사회적 부담도 함께 커졌다. 국민건강보험이 암 환자 의료비의 95%를 지원하지만, 급여 미등재 신약 항암제는 전액 본인 부담이며 사적 간병비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구의 초점은 대부분 환자에 맞춰져 있었고, 보호자의 건강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팀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COST-FACIT 설문도구로 물질적 부담(의료비·생활비 납부의 어려움 등 유형적 재정 압박)과 심리적 스트레스(재정 걱정, 통제감 상실 등 정서적 반응)로 나눠 측정했다. 사회적 관계망은 △친인척·이웃·친구와의 교류 빈도 △종교·여가·봉사 등 사회 활동 참여 여부 △이웃 간 신뢰도로 평가했다. 이후 연령·소득·환자 상태 등 교란 변수를 통제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각 요인의 독립적 영향을 산출했다.
분석 결과, 단순한 실제 지출을 의미하는 ‘물질적 부담’보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심리적 스트레스’가 보호자 건강에 훨씬 광범위하고 강한 영향을 미쳤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은 보호자는 그렇지 않은 보호자에 비해 ▲삶의 질 저하 위험 8.35배 ▲불안 위험 7.44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 3.77배 ▲우울 위험 2.81배 높았다. 반면 물질적 부담은 우울 위험만 2.67배 높이는 데 그쳤다.
‘사회적 고립’도 보호자 건강을 위협하는 독립적 요인이었다. 친구와의 교류가 적은(월 2회 미만) 보호자는 삶의 질 저하 위험이 2.36배 높았다.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보호자는 ▲우울 위험 3.77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 3.32배 ▲불안 위험 2.49배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보호자일수록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낮아, 사회적 관계망이 재정적 어려움의 영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톨릭대 심진아 교수는 “암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단순한 의료비 지출이 아닌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환자를 넘어 가족까지 고려하는 통합적 암 치료와 지원 정책의 근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조비룡·유신혜 교수는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자신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의 삶의 질을 지키려면 경제적 지원에 더해, 사회적 연결과 지지를 잃지 않도록 돕는 구체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단일 기관의 횡단 연구라는 점에서 인과관계 규명과 결과의 일반화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미국종합암네트워크저널(JNCCN)’ 최신호에 게재됐다.
경제적 부담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물질적 부담'이 보호자의 삶의 질 및 정신건강 악화 위험에 미치는 영향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