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통약자안내표지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 디자인을 총괄한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연준 교수가 시청역 표지 앞에 서 있다. (사진=사단법인 무의)
◇당사자 참여 검증…환승시간 40% 단축
DRS는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디자인 분야의 대표적 국제 학술 네트워크로 올해는 에든버러대학교와 공동으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6월 8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됐다. 특히 올해 DRS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교통약자 공공디자인 연구가 발표돼 의미를 더했다.
‘모두의 지하철’은 도시철도 70년 역사상 최초로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한 교통약자의 의견을 반영해 안내표지를 디자인하고 실제 부착까지 진행한 민관협력 프로젝트다. 서울역, 시청역, 건대입구역, 고속터미널역, 교대역, 노원역, 삼각지역, 연신내역, 천호역, 청구역 10개 환승역에 시범 부착되어 있다.
2025년 교통약자 30명과 함께 10개 역에서 1:1 동행 관찰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안내표지 디자인을 도출했다. 시청역 실증 결과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데 평균 16분 3초 걸리던 시간이 9분 37초로 6분 25초(약 40%) 단축됐고, 환승 경로 이탈 횟수도 5.7회에서 0.9회로 크게 줄었다. 휠체어 이용자 전원(100%)이 지하철 이용 부담이 줄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며, 80%는 약속이나 모임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졌다고 답했다.
◇“교통약자 안내표지 연구,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이연준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도시철도에서의 교통약자 안내표지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타 대도시 지하철이 오래전 지어져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저상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 복합 수송 의존도가 높은 반면, 서울은 상대적으로 지하철이 구석구석 뻗어 있어 교통약자 지하철 의존도는 큰 데 비해 환승 등 교통약자 동선이 매우 복잡해 이런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도시철도 70년 사상 보기 드문 포용디자인의 씨앗을 뿌린 것”이라며 “서울처럼 압축 성장한 도시에서 포용디자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행 사례”라며, 서울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 도시들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자인 효과가 검증되면 다른 지역과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다. DRS에서 프로젝트를 발표한 홍익대학교 김규림 연구원은 “실험 방식이나 시간에 대한 질의가 꽤 있어서 도시철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길게 연구해보면 시민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제안형 민관협력 공공디자인의 의의
‘모두의 지하철’은 시민이 지난 10년간 요청해 온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안내표지를 기업 사회공헌을 계기로 민관협력을 통해 공공디자인으로 실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딸을 둔 홍윤희 이사장이 2017년 ‘지하철교통약자환승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집한 당사자들의 불편이 출발점이 됐다.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기업 사회공헌이 촉발점이 되어 서울시 등 공공기관이 참여한,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시민제안형(bottom-up) 민관협력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라며 “이번 국제학술대회 발표를 계기로 서울뿐 아니라 다른 철도 사업자와 해외 도시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의는 올해 서울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등재를 추진하는 한편, 2027년까지 타 서울 지하철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