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확보했는데 원점으로…분산법에 데이터센터 발목잡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6월 30일, 오전 06:11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이후 본수전(本受電·한국전력으로부터 상업용 전력을 정식으로 공급받는 것) 통지를 받았던 사업장들이 다시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경기도에도 실제 그런 케이스가 있어요. 전기를 확보했다고 여기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겁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반도체에 이어 가장 주목받는 투자 자산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실제 개발 현장에서는 전력망 확보, 인허가 지연, 주민 민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리스크 등 복합적인 법적 쟁점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사업이 좌초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전력 확보 문제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안상일(왼쪽부터), 윤선우, 정종대 대표변호사. (사진= 방인권 기자)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안상일(왼쪽부터), 윤선우, 정종대 대표변호사. (사진= 방인권 기자)
◇전력계통 영향평가 데이터센터 성패 좌우

안상일(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일 강남구 역삼동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 개발 현장의 최대 복병으로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꼽았다. 이날 인터뷰에는 정종대(2회)·윤선우(3회) 대표변호사도 함께했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전기 사용 신청을 하면 한국전력이 예비 수전 통지, 본수전 통지 순서로 절차를 밟았다. 본수전 통지를 받으면 사실상 전기 확보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PF 등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예비 수전과 본수전 사이에 전력계통 영향평가가 법적으로 의무화되며 상황은 복잡해졌다. 한전이 자체 기준으로 판단하던 것을 이제는 특정 기준에 따른 평가를 받아야만 하면서다.

안 변호사는 “이 평가는 해당 부지에 전력 공급을 위해 한전이 어떤 수준의 투자를 해야 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갈린다”며 “현재 설비 그대로 전기를 줄 수 있으면 만점이지만 대형 변압기나 새 송전원을 신설해야 한다면 사실상 0점에 가까워져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9일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하면서 비수도권에 한해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면제해 주는 규정을 뒀다. 안 변호사는 “원래 전력 확보 문제는 수도권이 문제였는데 지방에 한해 면제해주는 법이 나온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문제가 아닌 곳을 해결해 주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전력계통 영향평가는 단순한 인허가 문제를 넘어 사업의 금융 구조 자체를 흔드는 요소다. 윤 대표는 “제도권 파이낸싱은 전기 확보를 전제로 진행한다”며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모험적인 에쿼티 자금 외에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확보 여부는 부지 매입이나 PF 대출 실행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또 “계약 단계에서 전력 공급 지연 시 대출 만기나 준공 기한 조정 가능 여부, 추가 비용 부담 주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등을 명확히 정해두지 않으면 대주단·시행사·시공사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 문제와 맞물려 데이터센터 개발 트렌드 자체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40메가와트(㎹) 이상 대형 센터 개발이 주를 이뤘다. 40㎹ 기준으로 6000억~7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엔드유저(구글·아마존·네이버 등 실제 임차 사용 기업)로부터 평균 30~40%의 사용 확약서(LOC)를 받아야 본 PF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 미만의 엣지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소규모로 짓는 방식으로 청계천 인근 한화 빌딩처럼 도심 건물을 리모델링해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온다.

안 변호사는 “엣지 센터는 임차가 들어올 게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LOC 없이도 진행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처음에 LOC를 끊으면 개발 시점의 단가로 묶이는 반면 LOC 없이 가면 오픈 시점에 더 높은 단가로 임대할 수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안상일(왼쪽부터), 윤선우, 정종대 대표변호사. (사진= 방인권 기자)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안상일(왼쪽부터), 윤선우, 정종대 대표변호사. (사진= 방인권 기자)
◇“민원·계약분쟁 여부도 잘 살펴야”

전력 문제 외에도 주민 민원과 계약 분쟁이 데이터센터 사업의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특고압선, 전자파, 냉각시설 소음 등에 대한 주민 반발로 사업이 수년씩 지연되거나 좌절되는 사례가 용인과 고양시 등에서 실제로 나오고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도로 굴착 반대 민원으로 특고압선 인입 공사가 중단됐을 때 이를 시공사의 귀책으로 볼 것인지, 불가항력에 따른 공기 연장 사유로 볼 것인지가 대주단·시행사·시공사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의 대상이 된다”며 “공사도급계약서에 이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두지 않으면 책임준공 기한 도과를 둘러싼 분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설명회나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과 대응 내용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후 행정처분이나 소송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가 충분한 대응을 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사업 초기 부지 검토 단계부터 행정, 전력망 확보, 금융 구조, 시공 계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설계돼야 한다”며 “엘케이파트너스는 인허가·행정부터 전력계통 대관 절차, PF 금융 구조 설계, 공사도급계약 분쟁까지 데이터센터 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법률 자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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