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표지 인쇄, 5년째 한곳에 집중…비상시 '플랜 B' 없다

사회

뉴스1,

2026년 7월 01일, 오전 09:45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3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2026.6.3 © 뉴스1 김기태 기자

최근 5년간 투표용지 인쇄 작업이 특정 인쇄소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선거 관리 당국은 폐업과 시스템 오류 등 돌발 상황 대응 수칙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제2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투표용지를 가장 많이 인쇄한 업체는 경기도 소재 S사다.

S사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부터 2026년 제9회 지선까지 투표용지 인쇄 수주 물량을 계속 확대했다.

2022년에는 전국 272개 구·시·군 선관위 중 53곳의 인쇄를 담당했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64곳,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89곳의 인쇄를 맡았다.

2026년 제9회 지선에서는 106곳의 투표용지를 인쇄했다. S사가 전국 선관위의 40%가량을 담당한 셈이다.

S사의 담당 선관위가 늘어난 반면 전체 투표용지 인쇄소 숫자는 감소했다. 2022년 제8회 지선 당시 60곳이었던 인쇄소는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2개소로 줄었다.

2025년 제21대 대선에서는 37곳으로 줄었고, 올해 제9회 지선 때는 35개소로 축소됐다. S사 담당 물량이 늘어나는 동안 전체 인쇄소는 줄어들며 S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이러한 편중 구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제9회 지선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S사는 이번 6·3 지선에서 전국 투표용지 1만 5150.72연 중 5262.83연을 인쇄했다. 1연은 전지(재단하기 전의 큰 원판 종이) 500장을 의미한다.

이 기간 S사의 물량 점유율은 약 34.74%다. 이는 2위 업체인 I사(점유율 10.95%)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S사는 전국 선관위 10곳 중 4곳의 인쇄 작업을 맡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 인쇄 공정이 복잡하다 보니, 경험이 있고 디지털 인쇄를 하는 대형 인쇄소를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투표용지 인쇄는 특정 회사에 집중되고 있지만 해당 업체가 폐업이나 화재, 장비 고장 등으로 멈춰 섰을 때 대비한 '안전망'은 없다.중앙선관위는 인쇄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수칙이 있냐는 의원실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인쇄소 위치 선정 관련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다.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에 따르면 투표용지 인쇄소는 △관할 위원회와의 근접성 △투표용지 인쇄 경험 △화재 예방 및 보안시설 유무 △정치적 중립성 △야간작업 가능 여부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인쇄소와 관할 위원회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았다. 경기도 소재 S사는 6·3 지선 당시 울산·강원·전북·경남·경북 지역과 제주도 지역 투표용지도 납품했다.

선관위 측은 "실수나 오류가 나오면 안 되기에 (관할 선관위와 거리가 먼) S사에 인쇄물량을 발주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했다.

이를 두고 국가 선거망의 핵심인 투표용지 공급이 민간 업체에서의 우발적 사고로 언제든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동욱 의원은 "투표용지 10장 중 4장을 한 곳에서 인쇄하고 있다"며 "민간업체 한 곳의 사고로 전국 선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선관위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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