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경찰 아버지, 증거 인멸하고도 처벌 면하다니"...법무장관 '참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7월 01일, 오후 11:5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부친이 현직 경찰 신분으로 증거를 인멸하고도 친족간 특례에 따라 처벌을 피한 데 대해 “참담하고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정 장관은 1일 SNS를 통해 “‘광주 여학생 피습 살인 사건’의 범인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주요 증거를 인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다행히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해당 증거들의 존재 사실을 검찰 보완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고, 당초 경찰이 송치했던 단순 살인이 아닌 ‘강간목적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라고 덧붙였다.

단순 살인은 형량 하한선이 징역 5년이지만, 강간 목적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만 가능하다.

정 장관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제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155조 4항에는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죄를 범하면 처벌하지 않는다.

정 장관은 이러한 ‘친족 특례’를 언급하며 “자신의 가족을 감싸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혈연적 본성을 사법 관점에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정윤기 사건 피해자) 고(故) 이채원(16) 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장윤기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중 주거지에서 사람 모양의 성인용품인 이른바 ‘리얼돌’ 여러 개와 휴대전화 등이 사라졌다.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이 사는 원룸에 있던 리얼돌 등 물품을 폐기 처분한 정황을 확인했다.

장윤기의 범행 당일 그의 거주지에서 가슴과 목 부분이 날카로운 도구에 훼손되고 여러 조각으로 나뉜 리얼돌을 발견한 경찰은 성범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우발적 범행’이라는 장윤기의 주장을 뒤집지 못했다.

경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외국인 여성 A씨에게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다가 거절당하자 분풀이 대상으로 이 양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이 장윤기 원룸을 압수수색하면서 리얼돌을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증거 확보에 나선 검찰은 장윤기의 아버지가 리얼돌을 해체한 뒤 광주 지역 여러 곳에 나눠 버린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죄를 새롭게 적용했지만 그의 아버지에 대해선 형법상 친족간 특례를 들어 증거인멸 혐의로 형사 입건하지 않았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이 양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장윤기가 이 양을 등 뒤에서 제압해 차량 쪽으로 끌고 가려 했고, A씨에게 저지른 성폭행과 수법이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성폭행 계획을 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장윤기는 이 양 살해 이틀 전 A씨 집에 침입해 같은 방식으로 제압 후 성폭행하고 13시간 감금해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그는 A씨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반복해서 연락하다가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후 장윤기는 자신을 스토킹범으로 신고한 A씨를 찾아 거리를 배회하다가 분풀이 대상을 바꿔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홀로 귀가하던 이 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인근을 지나다가 이 양의 비명에 도움을 주려고 다가온 고교 2학년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공소 사실에는 지난해 6∼7월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던 시기 여중생의 허벅지 등 신체를 총 7회에 걸쳐 몰래 촬영한 혐의도 포함됐다.

“누구도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선 안 된다”며 이 양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이 양의 부모는 “한순간에 딸아이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저희 부모는 평생을 그날의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부디 우리 아이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추천 뉴스